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15년 전쯤에 미국 BMW에서 만든 단편 영화 시리즈를 기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하이어 The Hire>라 불렸던 이 시리즈는 주연인 계약 드라이버(클라이브 오웬)가 VIP 수송과 미행, 인질 협상, 그리고 콧대 높은 톱스타 굴욕 주기 등(그것도 매니저가 사주해서) 다양한 일을 수행하는 내용의 9편짜리 단편 영화 시리즈였죠. 내용이 다 다르지만 공통점은 단 하나, 드라이버가 BMW를 몬다는 것이었습니다. (시즌 1은 편마다 다양한 차종을 몰았지만, 이후에 나온 시즌 2에서는 당시 막 발표된 Z4만 출연) 저도 당시 좋지 않은 인터넷으로 열심히 버퍼링을 해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 생각해보면 명배우와 감독들이 많이 참여했던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주연인 클라이브 오웬은 물론이고, 지금은 우리에게 워 머신으로 친숙한 돈 치들이나 개리 올드만, 전설의 가수 제임스 브라운도 출연했습니다. 연출진도 화려해서, 이안이나 오우삼, 가이 리치(심지어 이 분은 당시 아내였던 마돈나를 출연시켜서 엄청 굴려줍니다), 토니 스캇, 그리고 훗날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연출하게 되는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등이 돌아가며 연출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들이 인상적인 것은 분명 BMW의 광고를 위해 제작됐지만, 요즘 영화나 드라마보다도 브랜드를 대놓고 홍보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대신, 출연 차량 모두 열심히 구르면서 눈살이 찌푸려질 만한 홍보 영상이 아닌, 영상미가 있는 단편 영화를 만들어냈습니다. 당시 인기는 엄청나서, BMW에서 한정 수량으로 제작한 DVD 세트가 순식간에 동이 날 정도였습니다.
이런 역사를 가지고 있는 BMW의 단편 영화가 돌아옵니다. BMW는 20일(현지 시각) 신작 단편 영화 <더 이스케이프 The Escape>의 짧은 제작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클라이브 오웬이 다시금 BMW의 운전석에 앉게 되고, 연출은 <디스트릭트 9>으로 유명한 닐 블롬캠프가 맡았다고 합니다. 클라이브 오웬 외에도 다코타 패닝, 존 번설(<데어데블> 넷플릭스 시리즈의 퍼니셔 역), 베라 파미가 등의 명배우들이 출연합니다. 아직 드라이버가 몰게될 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제작 영상의 형상에서 보았을 때 세단형 차량이 유력합니다.
11분 분량의 이 영화는 10월 23일에 BMW 필름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됩니다. 개인적으로 무척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