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브리핑에서까지 이번 주의 일론 머스크를 쓸 줄은 몰랐네요.
마이크로소프트, 콜 오브 듀티 시리즈 엑스박스 독점 사실상 포기?
마이크로소프트가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인수를 발표한 후 가장 잠재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이 바로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독점권이었습니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가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간판 시리즈이니만큼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를 이용해 엑스박스의 콘솔 점유율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죠. 소니는 이 이유를 들어 "이 인수는 반댈세"를 시전했고, 미국을 비롯한 다양한 나라들도 반독점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근데 소니도 최근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개발하는 인썸니악이나 과거에는 "헤일로" 시리즈, 그리고 지금은 "데스티니"를 개발하고 있는 번지 등 다양한 게임 개발 스튜디오들을 열심히 인수하고 있긴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이 사안에 대해서는 답변이 늘 모호했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수가 발표됐던 1월 당시에는 계약 종료까지 세 개의 게임이 남아있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지난주에 출시한 "모던 워페어 2"가 여기에 포함돼있다고 하면 앞으로 2년 정도만 남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후 9월에 밝힌 입장에 따르면 현재 남은 계약이 종료된 후에도 "수년 간" 계속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는데요. 여기에는 엑박에만 제공하는 독점 콘텐츠 없이 콘텐츠도 콘솔 간에 차이가 없게끔 하겠다는 조항도 포함되었다고 합니다.
엑스박스를 이끄는 필 스펜서가 이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고 하는데요. Same Brain 팟캐스트에 출연한 스펜서는 "플레이스테이션이 계속 나오는 때까지 플레이스테이션 버전의 콜 오브 듀티를 출시하는 것이 의도"라고 밝혔습니다. 엑스박스 쪽 입장에서는 여기에 대해 잘못하면 반독점 위반의 소지가 있어서 인수를 아예 거부당할 수도 있음을 잘 알기에 자세를 한껏 낮추고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가 왜 게임 업계에게 이득인지를 설명한다는 웹사이트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뭐 그런다고 해서 설득이 될는지는 모르겠지만요.
팬톤, "이제 우리 색 포토샵에서 사용하고 싶으면 돈을 내놓아라"
디지털 색에도 판권이라는 게 있을까요? 이 문제는 아마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본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여기에는 팬톤(Pantone)이 독점을 하고 있습니다. 팬톤이 잘하는 것은 바로 디지털 색 그 자체뿐만 아니라 그 색을 인쇄물에서 봤을 때에도 최대한 비슷하게 맞춰준다는 것입니다. 이를 정리한 것이 칼라 북이라는 것이고, 이 칼라 북을 통해 디자이너들이 디지털 파일과 인쇄물 모두에서 색을 맞출 수 있는 것입니다.
근데 여기에 큰 변화가 발생하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팬톤은 칼라 북에서 자주 쓰이는 색들을 어도비 제품에 내장했었는데요, 이 색들을 월 15달러(약 21,000원) 짜리 유료 플러그인을 통해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정책을 적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팬톤의 주장은 어도비 제품에 기본으로 제공되는 칼라 북의 무료 버전이 지난 몇 년 동안 방치되면서 팬톤이 다른 제품을 통해 제공하는 색들과 일관성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합쳤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 자체가 상당히 디자이너들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도록 진행되었다는 점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바로 기존에 이미 작업한 파일에도 팬톤 칼라 북을 통해 설정한 색들을 전부 검은색으로 칠해버렸다는 것인데요, 심지어 유료 플러그인을 구독했다 해도 설정해둔 색이 돌아오지 않는 문제까지 생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틱톡, "중국 직원들이 사용자 데이터를 볼 수도 있다"
틱톡이 유럽 사용자들에게 중국을 포함한 타국 직원들이 사용자 데이터를 조회할 수 있다고 처음으로 인정했습니다.
영국과 유럽 연합 국가들, 그리고 스위스에 12월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개인 정보 이용 약관에 따르면, 플랫폼의 경험이 일관적이고, 즐거우며, 안전하도록 하기 위해 중국을 포함한 기타 국가들의 직원들이 유럽 사용자들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고 인정한 것입니다.
중국 기업인 바이트댄스가 소유하고 있는 틱톡은 이 부분이 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계속돼서 문제가 되어온 부분입니다. 특히 2020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틱톡을 다시 미국 기업에게 팔지 않으면 틱톡 서비스를 중단시키겠다고 협박(?)했던 건 유명한 일화죠. 현 대통령인 조 바이든 역시 중국에 대해 강경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틱톡이 그 사이에서 새우등 터지기를 당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때 트럼프나 바이든이 모두 주장했던 부분이 바로 중국 직원이 미국 사용자들의 계정 정보를 보고 이를 중국 정부에 제공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틱톡은 이에 대해 "미국 본사의 허가가 있어야만 민감하지 않은 일부 데이터를 외국에 반출할 수 있다"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틱톡은 원래 Musical.ly라는 이름의 미국 회사였으나, 바이트댄스가 인수한 것입니다.)
이 가운데 비록 미국이 아니지만 유럽 사용자들의 정보를 중국에서 볼 수 있다고 인정한 것은 계속되는 틱톡을 둘러싼 정치적 싸움에 새로운 장작을 공급해줄 것으로 보입니다.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그 후 길었던 1주일
지난 브리핑에서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했다고 전해드렸었죠. 벌써 1주일이 되었네요. 솔직히 지난 1주일에 머스크의 만행을 보면서 "도대체 이걸 어떻게 브리핑에 정리하지..."라는 고민을 계속했는데요. 크게 두 가지의 카테고리로 나누어서 소식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인증, 그리고 트위터 블루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를 막 발표했었던 시점부터 "실명제"를 강력하게 주장했습니다. 실명제가 없는 것이 트위터의 만성적인 문제인 봇과 스팸의 근본적 원인으로 지적했죠. 그리고 그가 트위터를 맡자마자 한 것이 바로 이 부분을 고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유료 구독제인 트위터 블루의 변화를 발표했는데요, 먼저 가격을 월 8달러(약 11,000원)로 올리고, 여기에 인증을 포함했습니다. 즉, 사칭으로부터 막아줄 수 있는 프로필의 파란 체크마크를 받기 위해서는 무조건 월 8달러를 내야 하는 것입니다. 이 기능은 지난 주말에 배포된 iOS 앱 업데이트에 탑재되었으나, 아직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기준으로는 켜지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접근성의 문제입니다. 물론 월 8달러라는 가격이 그렇게 비싼 가격은 아니지만, 이 가격을 낼 능력에 제한을 받는 사람들의 경우 이조차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신용카드 사용 이력 등으로 추적을 받을 수 있는 반정부 활동가들이 대표적이겠네요. 여기에, 아직 트위터 블루를 제공하는 국가들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문제입니다. 이 나라들 밖에 살면 인증받을 자격도 없다는 것일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 머스크는 침묵 중입니다.
두 번째로는, 역으로 사칭의 증가 가능성입니다. 물론 그 과정이 여전히 하도 개판이어서 트위터가 과거에 일시적으로 인증 과정을 중단했던 적도 있지만, 이러한 인증 과정은 사칭 계정에 대항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그냥 월 8달러를 내는 걸로 퉁친다고 한다면, 사칭 문제는 훨씬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머스크는 이 과정을 통해 사칭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지만, 도리어 사칭 문제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생긴 것입니다.
정리 해고
트위터에서의 정리 해고는 머스크가 인수를 하든 말든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고는 합니다. 현재는 모종의 이유로 내려간 워싱턴 포스트의 기사에서는 머스크가 인수를 하지 않았더라도 트위터는 전체 인원 중 약 25%를 감원해야 했을 거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브리핑 때 전해드린 대로 머스크는 이미 트위터의 소유권을 잡자마자 전 CEO인 파라그 아그라왈을 비롯한 임원 대부분을 해고했습니다.
그리고 그 정리 해고는 실제로 11월 4일에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머스크답게 정리 해고의 과정은 대혼돈 그 자체였습니다. 해고를 진행한 방식조차 기절초풍할 방법이었는데요, 잔류가 확정된 직원은 회사 주소로 이메일을 보내고, 해고가 확정된 직원은 개인 주소로 이메일을 보내고 회사 계정으로의 접근을 막아버렸다고 합니다. 즉, 회사 이메일로의 로그인을 실패하면 그게 곧 해고당했다는 의미였다는 것입니다. 해고 대상인 직원들은 공식적으로는 내년 1월까지 트위터의 직원으로 남아있게 되며, 그때까지 사실상 유급 휴직 상태가 된다고 합니다.
현재 정확한 수치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약 50% 정도가 해고당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합니다. 다만 팀별로 그 영향의 정도는 천차만별이었고, 심지어 팀 전체가 해고당한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PR 부서가 전부 해고당했다고 하는데, 이미 테슬라도 몇 년 전에 PR 부서를 전부 날려버린 전적이 있죠. 한국 지사인 트위터 코리아도 역시 반 정도의 인원이 해고 통지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대량 해고는 캘리포니아의 노동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는데요, 노동법에 따르면 정당한 해고는 퇴사 60일 이전에 통지가 되어야 한다는 조항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1월까지 트위터에 고용된 상태라는 부분이 이 법을 생각하여 취한 조치가 아니겠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설사 트위터가 노동법을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처벌이 "60일 치의 봉급이 지급되어야 함"인데, 60일짜리 유급 휴직으로 이미 그 부분도 해결된 상태라 크게 의미는 없을 거라는 얘기입니다.
사내에서는 이번 해고를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등장하는 타노스의 스냅으로 비유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매우 적절한 비유이긴 합니다. 떠나는 사람들이나, 남은 사람들이나 모두 정신적으로 큰 트라우마를 입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