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주차 외신 브리핑입니다! 이번 주는 제가 주말에 여행을 다녀오느라 좀 짧으면서도 굵은 이야기들을 가져와봤습니다. 시작하시죠.
이번 주는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얼마나 망쳐놨나
이번 주는 이거부터 먼저 쳐내고 가도록 합시다.
새로운 트위터 블루의 등장과 몰락
지난주에 예고한 대로 새로운 트위터 블루가 등장했습니다. 원래는 지난 5일 iOS 업데이트의 등장과 함께 바로 서비스가 시작되었어야 하지만, 이 결정이 지난 8일에 있었던 미국 중간 선거(임기가 종료되는 미국 하원과 상원의원, 그리고 지역 의원 및 자치단체장 등을 뽑는 선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서비스의 시작은 선거의 종료 후인 9일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러고는.. 뭐 우리 모두가 예상한 대로 일이 흘러갔습니다. 마리오가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질 않나, 미국의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을 사칭한 계정이 미국을 포함한 국가들에 무기를 팔지 않겠다는 트윗으로 록히드 마틴의 주가를 곤두박질치게 하는 등 (아이언맨 1편에 나왔던 일이 현실화되는군요..) 8달러(약 10,600원)만 내면 모두를 "인증"해주겠다는 정책이 불러올 것으로 예상했던 것들이 모두 일어났습니다.
트위터 쪽에서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두 번째 인증 마크를 프로필 아래에 배치하는 솔루션을 내놨지만, 이게 타임라인에서는 안 보이니 의미가 전혀 없었습니다. 거기다가 기존에 인증 마크를 받은 계정은 그 계정대로 인증 마크가 남아있어 결론적으로 총 세 가지의 비슷해 보이지만 방식은 전부 다른 인증 마크가 공존해 있는 상황이 벌어졌죠. 그러고 다음 날에 머스크는 유튜버인 MKBHD(마르퀘스 브라운리)에게 어떠한 설명도 없이 "인증 마크를 없앴다"라는 트윗을 올려서 혼란을 더욱 가중시켰습니다.
결국, 그 다음날에 트위터는 블루 구독제 가입을 중단시켰습니다.
일론 머스크, 이젠 FTC와 붙는다?
뭔가 관련 없을 것 같지만, 결국은 연결되는 이야기입니다. 바로 미 공정거래위원회(FTC)가 여기에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소식인데요.
이 이야기는 2011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트위터는 당시에 사용자들이 올리는 트윗을 누가 볼 수 있는지를 설정할 수 있다고는 했지만, 실제로는 이 설정이 제대로 지켜질 방법이 없어 사용자의 데이터에 인가되지 않은 접근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FTC에게 적발되었습니다. 결국 트위터는 FTC와 비슷한 일이 있을 경우 상당한 양의 벌금을 내겠다는 합의를 합니다. 하지만 올 5월에 광고에는 사용되지 않을 거라던 사용자의 데이터가 광고 타겟팅에 활용된 정황이 포착되었고, FTC는 이에 벌금 1억 5천만 달러(약 2,110억 원)를 부과하고, 2011년의 합의에 추가 조항을 더 달았습니다. 여기에는 새로운 기능을 개발할 때 내부적으로 사용자 정보 보호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프라이버시 리뷰와, 트위터와 그 아래 "종속기업, 지배기업 또는 계열사의 설립, 합병, 판매 또는 해산하는 경우"에 14일 이내로 합의 사항 준수 보고서를 FTC에 발송해야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문제는 새로운 트위터 블루가 기존의 프라이버시 리뷰를 완전히 건너뛰었다는 점입니다. 머스크가 제품 출시를 재촉하는 바람에 기존의 프라이버시 리뷰 대신 전날 밤에 레드 팀(보안 리뷰를 할 때 새로운 제품을 해킹하는 시도를 하는 모의 해커)이 급하게 리뷰를 했다고 합니다. 고작 론칭 전날 밤에 이걸 하고 앉았으니 제대로 보안 리뷰가 진행됐을 리가 없죠. 그래서 위에서 언급한 난리가 난 거겠고요.
그 와중에 트위터의 개인 정보 보호 팀에서 일하고 있는 법무 직원이 트위터 슬랙에 메시지를 올립니다. 이 직원은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강제로 사게 되면서 얻은 엄청난 손해를 메꾸기에만 급급할 뿐"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하고, "(현재 임시로 트위터의 법무 팀을 이끌면서 머스크의 개인 변호사이기도 한) 알렉스 스피로가 "일론은 FTC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것도 들었다고 폭로했습니다. 여기에 "앞으로 모든 기능은 직원이 직접 프라이버시 리뷰를 진행해야 한다"면서 이게 매우 위험한 행동임을 강조했습니다. 자칫 잘못해서 FTC에게 걸리면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러면서 최고 정보보안책임자와 최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그리고 최고 법규준수책임자가 모두 전날 밤에 사임했다고 밝혔는데, 이 세 사람은 위에 언급한 합의 사항 준수 보고서의 주체가 되는 인물들입니다. 이들이 사임한 날은 공교롭게도 이 준수 보고서를 내야 하는 기한의 전날이었습니다.
그 말인즉슨, 트위터는 FTC와의 합의 사항을 단 6개월 만에 또 어기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FTC는 더 버지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 사태를 매우 우려스럽게 지켜보고 있다"라고 짧게 밝혔습니다.
그럼 이 법무 직원이 언급한 "일론이 FTC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라는 것은 어떤 근거 없는 자신감일까요? 사실, 아주 근거가 없지는 않긴 합니다. 일론은 2018년에 상장 기업인 테슬라를 상장 폐지하겠다는 허위 트윗을 날려 테슬라의 주가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미국 증권 거래 위원회(SEC)에게 고소를 당합니다. 결국 머스크는 이사회장 직에서 내려왔고, 그가 트윗을 올리기 전 테슬라의 주가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내용을 걸러낼 독립적인 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내용으로 한 합의를 하게 됩니다. 다만, 머스크가 실제로 후자를 지켰는지는 불분명하며, 실제로 머스크도 이후에 테슬라의 주가를 또다시 조작하려는 듯한 트윗도 여럿 올렸었지만, 그때마다 SEC는 경고만 날릴 뿐 적극적으로 행동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며 머스크는 자신이 법 위에 있다고 생각하며, FTC도 그를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는 것입니다.
다만 FTC는 예전에 메타에게 현재 트위터가 처한 상황에서 비슷한 이유로 합의 사항을 어긴 메타(당시 페이스북)에 50억 달러(약 6조 6372억 원)의 벌금을 부과한 적이 있을 정도로 행동력이 강한 편입니다. 물론 당시 50억 달러(이 금액은 FTC가 IT기업에게 매긴 벌금 중 최대였습니다.)가 메타가 당시에 벌어들이는 돈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는 (2018년 연 매출의 9% 정도였습니다) 반응이 있었지만, 트위터는 상황이 다릅니다. 만약에 FTC가 똑같이 트위터에 50억 달러 수준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가정할 때, 이 벌금은 트위터가 마지막으로 발표했던 지난 2분기의 매출의 다섯 배 가까이 됩니다. 단순하게 따져봐도 트위터의 한 해 매출보다도 벌금이 많습니다. 진짜로 이 FTC의 벌금 한 방으로 트위터를 파산시킬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런 충격적인(?) 행보를 보면서 트위터를 완전히 사장시키는 것이 머스크의 빅 픽처가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냥 홧김에 사겠다고 해버렸다가 환불도 못 하고 큰돈 내고 애물단지를 데려왔으니 이를 체계적으로 파괴하는 게 머스크의 계획이 아니냐는 주장이죠. 뭐 그 주장을 들으니 약간은 말이 된다 싶으면서도 저는 일론 머스크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능력을 아예 상실해버려서.. 🤷🏻♂️...
메타, 사상 최초 11,000명 인원 감축
* Disclaimer: 제가 일하는 회사는 메타의 마케팅 파트너 협력사입니다.
이번엔 메타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죠. 이쪽도 좋은 소식은 아닙니다. 지난 9일, 메타가 11,000명의 인원 감축을 발표했습니다. 비율적으로 봤을 때는 직원 전체의 13% 정도라고 합니다만, 절대적인 수로 따지면 올해 IT 기업 중 최대 규모의 인원 감축입니다. 또한, 메타의 역사에서 첫 대규모 인원 감축이기도 합니다.
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직원들에게 직접 보내고, 이후 메타의 홍보 부서를 통해 공개된 서한에서 자신의 실수임을 시인했습니다.
코로나19 판데믹이 시작됐을 때, 세상은 빠르게 온라인으로 옮겨갔고, 이커머스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성장 수치는 영구적이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라 믿었고 저도 그랬습니다. 따라서 공격적으로 회사를 위한 투자를 감행했죠. 불행히도, 상황은 제가 예상한 대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판데믹이 끝나가면서 온라인 소비 패턴이 다시 예전 수준으로 돌아갔고, 여기에 불경기와 심화되는 경쟁, 그리고 광고의 성과 또한 감소하면서 회사의 매출이 제가 예상한 것보다도 훨씬 낮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저는 잘못된 예측을 했고, 이 상황은 제 책임임을 명백히 하고자 합니다.
여기서 저커버그의 말을 풀어보겠습니다. 실제로 코로나19가 시작되고 나서, 전세계 사람들이 대부분 밖을 못 나가는 상황이 벌어지자 온라인 구매가 크게 늘어나게 됩니다. 이러한 이커머스 광고가 매출의 대부분인 메타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성장세를 이뤄냈죠.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19가 이커머스의 판도를 바꿔버렸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이 한 번 편리한 이커머스의 맛을 알았으니 웬만해서는 판데믹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백신이 개발되고 판데믹이 어느 정도 소강상태에 들어가면서 사람들은 다시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이커머스 시장의 규모가 다시 판데믹 이전 수준으로 역행하기 시작했습니다. 판데믹을 통해 폭발적인 성장을 했던 메타로서는 더 이상의 성장 동력이 사라진 셈입니다. 거기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불경기와 계속해서 올라오는 틱톡과 같은 경쟁자들, 그리고 애플의 광고 추적 투명성 기능 등이 메타의 주요 특기였던 타겟팅 광고의 적중률을 크게 떨어트리면서 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메타 측에서는 감축 대상인 직원에게 최소 16주 치의 퇴직금을 제공하고, 거기에 근속한 연차별로 2주 치를 추가로 얹어준다고 밝혔습니다. 즉, 만약에 4년을 일했다면 총 24주 치(기본 16주 + 4년 근속이니 8주)의 퇴직금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거기에 남은 유급 휴가도 비용 처리되어 지급하며, 직원 및 직원 가족의 건강보험도 6개월 연장 제공합니다. 거기에 비자로 일하고 있었던 직원들을 위한 특별 이민 지원도 진행한다고 합니다.
굳이 이걸 언급하는 것은 지난 외신 브리핑 때 전해드렸던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에서 인원 감축을 진행했을 때와는 상당히 다른 양상이기 때문입니다. 감축 대상인 직원에게 보낸 메일에 누구의 이름도 적혀 있지 않았던 트위터와 달리, 저커버그는 직접 자신의 책임임을 밝혔으며, 퇴직금 등의 퇴사 관련 정책 면에서도 상당히 신경을 쓴 모습을 보였습니다. 어떠한 감정도 없이 메타 내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로봇이라는 이미지와는 상당히 대비된 모습이었고, 역설적으로 머스크의 인성을 더욱 나쁘게 보이게 만들 정도였다고나 할까요. 이미 머스크의 인성은 충분히 사람인가 싶을 정도이긴 하지만요.
다만 여기서 요즘 저커버그가 꾸준히 푸시하고 있는 메타버스에 대한 내용은 언급이 거의 없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저커버그의 큰 패착은 회사의 매출이 고공낙하를 하는 상황에서 메타버스를 밀어붙인 게 아닐까 싶은데 말이죠. 메타버스 개발을 담당하는 리얼리티 랩스 쪽도 인원 감축이 있었다고는 하나, 일단 표면상으로 여전히 저커버그는 메타버스에 사운을 걸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이 와중에 올 한 해에만 무려 70% 가까이 떨어진 메타의 주식은 이번 인원 감축 발표 후 4% 정도 반등했다고 합니다. 이런 소식에도 오른다니, 주식의 세계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