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발이 휘날리는 날의 외신 브리핑, 시작합니다.
미국 공정거래위원회, 마이크로소프트 제소
이 소식은 어떻게 보면 지난 외신 브리핑의 팔로우업일 수도 있겠네요. 미국 공정거래위원회, FTC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 건에 대해 개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FTC의 시장경쟁부서장인 홀리 베도바는 성명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게임 업계의 라이벌들에게서 자사 콘텐츠(FTC은 이의 예시로 엑스박스와 PC로만 출시되는 베데스다의 "스타필드"를 들었습니다)를 제공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이미 증명했다"라며 " 마이크로소프트가 독립 게임 스튜디오를 인수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게임 시장에서의 경쟁을 방해하려는 시도를 막고자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의 회장인 브래드 스미스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이 인수를 발표한 날부터 시장 경쟁에 대한 우려가 없음을 밝혀 왔고, 이번 주에도 FTC에게 타협 협상을 제안한 바 있다"라며 "이 사안이 평화롭게 해결되기를 바랐지만, 법정에서라도 이 인수가 문제가 없음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공교롭게도 FTC가 마이크로소프트에 제소한 날은 메타가 VR 운동 앱인 슈퍼휴먼의 개발사인 위드인을 인수하는 것에 대한 반독점 소송이 처음으로 열린 날이기도 했습니다. 이 두 건 모두 그간의 반독점 소송과 궤가 다른 모습입니다. 여태까지는 20여 년 전의 이미 너무 커진 독점적 지위를 가진 회사에 대해 철퇴를 가하려 했다면, 이제는 독점적 지위를 가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의 싹부터 자르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2012년에 메타(당시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인수, 그리고 2014년에 왓츠앱의 인수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한 반면교사의 모습이랄까요. 다만, 도리어 이러한 태세 전환이 판사들의 시선에 어떻게 보일지는 좀 더 두고 봐야할 사안일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러한 잠재적 독점적 지위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닌텐도와 10년 동안 콜 오브 듀티 시리즈 게임을 공급하겠다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물론, 이 계약의 효력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액티비전-블리자드를 성공적으로 인수한 후입니다. 소니에게도 비슷한 계약을 제안했다고 하는데, 소니는 응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페이스북과 "저널리즘 법안"
페이스북이 현재 미국 의회에서 입법 추진 중인 일명 "저널리즘 법안"에 반기를 들고 나섰습니다. 아예 페이스북에서 뉴스를 공유를 못 하도록 하겠다는 것인데요.
"저널리즘의 경쟁과 보존 법안(JCPA)"이라는 이름의 이 법안에는 페이스북이나 구글과 같은 소셜 플랫폼을 통해 특정 매체의 기사가 공유될 때 해당 소셜 플랫폼에서 매체에게 소정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고, 매체에서는 이를 교섭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이미 호주와 캐나다에서도 발의된 적이 있는데, 페이스북은 비슷한 법안이 나올 때마다 역시 뉴스를 공유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내놓았었습니다. 여기에도 비슷한 입장인 것입니다.
이 사안은 각자의 이해당사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매체들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광고 수익이 떨어지는 가운데 밥줄이 달려있는 문제이다 보니 이 법안을 지지하고 있고, 소셜 기업들은 사용자들이 공유하는 것만으로 자신들이 돈을 내야 하다 보니 강력하게 반대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메타의 정책 커뮤니케이션을 이끄는 앤드류 스톤은 트위터를 통해 "해당 법안은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플랫폼에서의 공유를 통해 단순히 금전적인 것 이외에도 매체들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완전히 무시한 법안"이라고 강력히 반대했습니다.
뉴럴링크, 동물학대 조사 받는다
이번 주는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얘기는 안 하겠지만 또 다른 일론 머스크 소유의 기업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바로 뉴럴링크 소식인데요.
뉴럴링크는 머스크가 실제로 설립한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로, 인간의 지능을 확대시키거나 신체마비 등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뇌나 신경계에 칩을 이식한다는 목표로 설립된 기업입니다. 이를 위해 양, 원숭이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동물실험이 진행되었는데요.
뉴럴링크의 동물실험과 관련된 논란은 예전부터 꽤 있었지만, 이렇게 조사를 받게 되는 것은 처음입니다. 이번 조사는 미국 농무부 산하의 감찰 기관에서 담당하게 되는데, 동물실험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관련법을 위반했는지가 주요 항목입니다. 다만, 이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없어서 조사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와중에 로이터에 의해 뉴럴링크에서 진행되고 있는 동물실험에 대한 일부 사항이 유출되었습니다. 여기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금까지 총 1,500여 마리의 동물들이 실험에서 희생되었다고 합니다. 직원들은 내부적으로 머스크가 내세우는 공격적인 목표치를 쫓아가느라 신중하게 실험을 못하는 것이 이러한 비정상적으로 높은 동물 사망 숫자에 기여한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합니다.
아이클라우드의 거의 모든 서비스에 종단간 암호화를 적용한 애플
애플이 지난 7일(현지 시각), 새로운 보안 관련 정책들을 발표했습니다.
여기 중에서 가장 큰 소식은 바로 아이클라우드의 추가적인 종단간 암호화입니다. "고급 데이터 보호" 기능이라 불리는 이 기능은 기존에 아이클라우드의 14가지 서비스에 대한 종단간 암호화에서 9개가 추가된 23개 서비스에 대한 종단간 암호화를 제공합니다. 여기에는 다음이 포함됩니다.
- 기기 아이클라우드 백업
- 메시지 백업
-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
- 메모
- 사진
- 미리 알림
- 사파리 즐겨찾기
- 시리 단축어
- 음성 메모
- 지갑 앱 패스
이중 특히 아이클라우드 백업이나 메시지 백업, 그리고 사진 라이브러리는 애플이 자랑하는 플랫폼 보안에서 가장 큰 오점이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 모든 데이터가 아예 암호화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애플도 해독 키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경찰이나 FBI와 같은 법 집행기관에서 원하면 애플에게 영장을 보여주고 서버에 저장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혹여나 해독 키가 담긴 일명 "인증된 기기"가 없더라도 애플에서 신원확인 절차를 거쳐 고객의 계정을 원격으로 복구시킬 수도 있었죠.
후자의 경우 때문에 애플은 이번 "고급 데이터 보호" 기능을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켤 수 있는 기능으로 소개했습니다. 일단 켜지면 애플조차 해독 키가 없기 때문에 애플 입장에서 계정을 복구할 방법이 없습니다. 즉, 사용자 자신이 사용하는 애플 기기나 데이터를 더 잘 간수해야 하는 것입니다. 혹여나 사용자가 인증된 기기에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될 경우를 감안해 애플은 몇 가지 우회로 애플 없이도 계정을 원격으로 복원할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바로 28자의 복구 키를 생성하여 이를 철저히 관리하거나, 배우자나 부모와 같은 매우 가까운 사람을 복구 연락처로 지정하는 것입니다. 이중에서는 복구 연락처가 좀 더 현실성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고급 데이터 보호를 사용하려면 OS를 모두 최신으로 올려야 합니다. 즉, iOS/iPadOS 16.2와 macOS 10.13.1, watchOS 9.2, 그리고 tvOS 16.2가 그것입니다. (현재 이 OS들은 모두 최종 시험판 버전이 나온 상태입니다.) 아이클라우드 계정에 로그인된 기기 중 하나라도 이 최신 OS가 설치돼있지 않다면 기능을 켤 수 없습니다. 혹여나 로그인된 기기 중에 최신 OS를 지원할 수 없는 구형 기기라면 아예 아이클라우드에서 로그아웃해야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한편, 애플은 이외에도 아이메시지 계정에 확인되지 않은 기기로 로그인되어 있는 경우 대화하고 있는 상대방에게 이를 알려주는 "아이메시지 연락처 키 확인" 기능과 유비키와 같은 하드웨어 키로 애플 ID를 로그인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합니다. 고급 데이터 보호 기능은 미국에서 올해 말, 나머지 국가에서는 내년 초부터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애플의 소프트웨어 수석 부사장인 크레이그 페데리기는 월 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도 "중국에도 적용될 것"이라는 코멘트를 남겼는데, 실제로 중국 정부가 이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의문이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