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22년이 지나고 맞는 2023년의 첫 외신 브리핑! 이번 브리핑은 CES 스페셜로 나갑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갑자기 모두가 맥용 모니터를 만든다?
올해 CES에서 가장 예상하지 못한 트렌드는 바로 맥용 고해상도 모니터입니다. 한 회사도 아니고 무려 두 회사에서 맥 사용자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모니터 제품들을 발표한 것입니다.
여기서 맥 사용자가 아니라면 "맥용 고해상도 모니터"라는 개념에 혼란스러울 분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간단한 배경 설명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니터는 다 똑같은 거 아니냐"라고 하겠지만, 여기에는 상당히 복잡한 이유가 숨어 있습니다.
macOS와 윈도우는 고해상도, 즉 HiDPI를 다르게 다룹니다. 어느 쪽이 옳다기보다는 성향의 차이라고 보면 될 듯합니다. 윈도우는 기반 해상도를 정하고 텍스트와 아이콘의 크기만 퍼센트 설정으로 정하는 반면, macOS는 기존 해상도의 각 변을 2배씩 뻥튀기한 일명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화면의 크기가 커질수록 해상도도 같이 커지는 것이 유리합니다. 27인치 아이맥과 애플이 작년에 발표한 스튜디오 디스플레이의 해상도가 5K(5120 x 2880)인 이유입니다.
하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모니터들은 대부분 모니터가 딸려오는 노트북(맥북 라인업)이나 디스플레이가 내장된 일체형 데스크톱(아이맥)을 판매하는 맥에 맞춰진 것이 아닌 윈도우 PC 시장에 맞추다 보니 화면이 아무리 커져도 해상도가 4K(3840 x 2160)를 넘기지 않습니다. 27인치에도 4K 패널을 쓰고, 심지어 32인치짜리에도 4K를 씁니다. 맥에서는 이렇게 해상도가 올라가면 텍스트나 창 요소가 한없이 커지게 됩니다. 물론 스케일링을 맞추는 기능이 있긴 하지만, 이 스케일링의 방식이 시스템에서 더 큰 스케일링의 해상도를 그냥 모니터에 다운샘플링하는 방식으로 뿌리기 때문에 모니터의 해상도와 1:1로 맞춘 설정과 달리 좀 뿌옇게 보입니다.
즉, 여태까지 맥 사용자들이 모니터를 구매하려면 두 가지의 각각의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 타협점을 선택해야 했던 것입니다. 맥의 특수한 해상도를 맞추는 대신 무지하게 비싼 애플의 모니터를 사던지, 아니면 훨씬 저렴한 대신 해상도 면에서 타협을 한 4K 모니터를 사던지였죠.
이번에 CES에서 출시되는 두 가지 제품은 맥용 모니터 시장에 새로운 선택지를 추가합니다. 하나는 삼성의 뷰피니티 S9 모니터이고, 다른 하나는 델의 울트라샤프 32 모니터입니다.
먼저 좀 더 작은 뷰피니티 S9부터 보도록 하죠. 27인치에 5K 해상도를 가진 뷰피니티 S9는 생긴 것으로 보나, 스펙이나 모두 스튜디오 디스플레이를 (좋게 말해서) 벤치마킹한 제품입니다. 최대 600 니트 밝기인 점도 스튜디오 디스플레이와 비슷합니다. DCI-P3 색 영역의 99%를 커버하는 점이나 색 보정 기능도 내장하고 있으며, 무광 커버 유리여서 스튜디오 환경에 최적화된 모습입니다. 썬더볼트 4, USB-C, HDMI, 디스플레이포트 등을 연결할 수 있으며, 혹여나 호스트 기기를 연결하지 않더라도 삼성의 스마트 TV와 모니터들에 탑재되는 타이젠 운영체제가 탑재되어서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스트리밍 앱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위에는 4K 해상도의 웹캠이 탑재되어 있고, 애플의 센터 스테이지와 비슷하게 카메라 화상 속의 피사체를 추적하는 기능이 탑재됐습니다. 워낙 스튜디오 디스플레이의 카메라가 악명을 떨쳤던 터라 "최소한 그거보단 낫겠지..." 싶은 마음이 있네요.
이에 반해 델의 울트라샤프 32 모니터(모델 번호 U3224KB)는 애플의 650만 원짜리 (스탠드 미포함) 프로 디스플레이 XDR의 경쟁 제품입니다. 31.5인치의 크기에 6144x3456의 해상도는 프로 디스플레이 XDR(32인치, 6016x3384)보다 패널 자체는 크기가 다소 작지만, 해상도 자체는 약간 더 높습니다. 디스플레이 패널은 LG의 IPS 블랙 패널을 써서 일반 IPS 디스플레이보다도 더 높은 명암비를 자랑합니다. 다만, 프로 디스플레이 XDR은 2,500개의 디밍 존을 통한 로컬 디밍이 되고, 최대 밝기도 1,600 니트여서 이 방면에서는 XDR이 월등히 낫습니다. U3224KB는 디밍 존이 고작 12개이고, 밝기도 최대 600 니트 정도입니다.
다만 U3224KB는 기능이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먼저, 삼성의 모니터와 비슷하게 맥과는 썬더볼트 4로 연결이 가능하고, 그 외에도 USB-C나 HDMI, 디스플레이포트 2.1 (풀사이즈가 아닌 미니 포트를 씁니다.) 등 다양한 연결 옵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썬더볼트 4 다운스트림 포트도 하나 있어 다른 썬더볼트 기기에 데이지 체인으로 연결이 가능하고, USB-A 포트 네 개와 RJ45 이더넷 포트까지 있습니다. 사실상 모니터가 썬더볼트 4 독 기능을 겸하고 있는 셈입니다. 썬더볼트 4 포트를 통해서는 최대 140W의 USB PD 충전 규격을 지원해 16인치 맥북 프로까지도 여유롭게 충전이 가능합니다. 그것도 모자라 모니터 앞방향에도 최대 15W 충전을 지원하는 USB-C 포트 두 개와 최대 10W의 충전이 가능한 USB-A 포트가 하나 있습니다. 이 포트들 모두 최대 10Gbps의 데이터 전송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니터에 여러 대의 기기를 연결했을 경우 자동으로 모니터에 연결된 키보드나 마우스 연결을 바꿔주는 오토 KVM 기능과 다른 입력 장치의 화면을 PIP로 띄워주는 기능도 있습니다. 역시 4K 웹캠이 기본 탑재되어 있으며, 센터 스테이지와 비슷한 기능 또한 지원합니다. 프로 디스플레이 XDR은 웹캠도 없죠.
이 두 제품 모두 상반기 중에 출시될 예정이고, 가격은 미정입니다. 저라면 아마 델의 U3224KB를 선택하겠지만, 아무래도 많은 기능이 탑재됐다 보니 가격이 사악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입니다. 200만 원 선 아래이기만 해도 선방 아닐까요? 뷰피니티 S9는 그보다는 훨씬 저렴하게 나오겠지만요.
그래도 맥 사용자 입장에서 모니터 선택권이 넓어지는 것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Qi2, 자석을 품는다
스마트폰의 유선 충전 표준에서는 아직까지는 아이폰 때문에 양분된 상황이지만, 무선 충전 면에서는 Qi(치라 읽습니다)로 어느 정도 통합이 되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Qi 표준을 정하는 WPC(Wireless Power Consortium)에서 차세대 규격인 Qi2를 발표했습니다.
Qi2의 주요 개선점은 바로 "자력 전력 프로파일"이라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자석을 이용해 무선 충전기와 충전하려는 기기를 정확히 맞춰서 안정적으로 무선 충전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개념입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죠? 네, 바로 애플이 아이폰과 에어팟 등에 쓰는 맥세이프의 방식입니다. 실제로 이 규격을 완성하는데 WPC의 이사회에 소속된 애플이 상당한 공헌을 했다고 하네요. 아이폰 12 이후의 신형 아이폰에서만 동작하는 맥세이프와 달리, Qi2는 표준이기 때문에 아이폰뿐만 아니라 다른 Qi2 규격 스마트폰과 액세서리를 같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하나의 큰 불안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기존 맥세이프와의 호환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점입니다. WPC 측에서는 기존 맥세이프와 Qi2의 자석 위치가 다르다고 밝혔다고 하는데요, 더 버지 쪽에서는 이를 이유로 기존 맥세이프와의 호환성이 불분명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물론 애플의 맥세이프 인증을 받지 않은 액세서리는 맥세이프와 다른 배치의 자석을 쓰고도 일단 사용에 문제가 없는 점을 감안하면 아예 호환이 안 될 가능성은 적습니다만, 서로 완벽히 호환되지 않아 충전 속도가 7.5W로 깎일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애플이 자사의 독점 기술을 표준 기구에 열었다는 사실 자체는 전례가 거의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USB-C 같이 애플이 애초에 주도해서 표준 기술을 만든 적은 있어도, 처음에 독점적으로 개발해서 자사 제품에만 쓰던 기술 기반을 표준으로 만들도록 도움을 준다는 것 자체가 애플의 제품이 경쟁 제품과 비교해 가지고 있는 이점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상황을 여러 방법으로 읽을 수 있겠지만, 확실히 맥세이프라는 개념이 유선 충전과 일반 무선 충전과 같이 기존에 이미 사람들이 익숙한 아이폰을 충전할 수 있는 방법들 사이에서 애플 혼자서 밀기에는 버거웠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여기에 올해 나온다는 USB-C가 탑재된 아이폰 15까지 출시되면.. 표준화된 아이폰의 완성이네요.
그 외의 잡다한 CES 소식들
- 레노버 소속인 모토로라가 일명 "씽크폰"을 내놨습니다. (역시 레노버가 판매하는) 씽크패드 노트북 라인의 스마트폰 버전이라 보시면 됩니다. 하드웨어 다 제껴놓고 특이한 기능은 씽크패드와의 연동기능인데, 클립보드를 공유하고, 기기간 파일 전송과 씽크폰을 씽크패드의 웹캠으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 어디서 들어봤다고요? 그러게요.
- LG는 새로운 최상위 TV 라인인 시그니처 OLED TV에 "제로 커넥트 박스" 기능을 소개했습니다. 삼성이 인테리어의 용이성을 위해 TV의 연산처리 부분과 패널을 분리하여 하나의 선으로 연결한 "원 커넥트 박스"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갔다는 것인데요. 이제는 이 두 부분을 무선으로 연결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무선으로 연결을 하면서도 4K 120Hz까지 지원하고, 심지어 엔비디아의 가변주사율 기술인 G싱크도 지원한다고 합니다. LG는 이렇게 연결하는 데 있어서 타협점이 없다는 입장인데, 지연 시간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다물고 있다네요. ...그래라.
- 소니가 혼다와 합작한다는 전기차 브랜드의 이름을 공개했습니다. "어필라 (Afeela)"라는 이름과 함께 새로운 프로토타입도 공개했는데요. 아직 공개된 건 많지 않지만, 2026년에 북미 시장에 판매를 한다고 하네요. 제가 잠깐의 기자 생활과 IT 팟캐스트 진행자로서의 직감에 의하면, 보통 3년 이상 앞을 바라보고 뭘 발표하면 그 일정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게 거의 국룰이던데... 함 지켜보죠.
- BMW는 차체에 전자잉크를 두른다는 아이디어를 한층 발전시켰습니다. 작년 CES에 발표한 iX 플로우 콘셉트에서는 흑백과 다양한 톤의 회색이 전부였다면, 이번에 발표된 i 비전 DEE 콘셉트에서는 총 240개의 패널에 각각 32가지의 색상 중 하나를 표시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제는 차 단위로 RGB 쇼를 하는 셈이죠. 이렇게 매년마다 전자잉크 기술이 발전하는데, 다음 목표는... 곤충을 치면서 패널을 박살 내는 일이 없도록 내구성을 키우는 거랍니다. 아니 진짜로요. 기사에 써 있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