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만에 찾아뵙는 외신 브리핑! 오늘은 넷플릭스와 애플 이야기입니다. 지난주 모두의 화제가 되었던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AI 검색 엔진 전쟁은 곧 올라올 쿠도캐스트 184회에서 다룰 예정입니다.
넷플릭스의 "계정 공유" 실험
작년에 사용자 수가 감소한 넷플릭스가 광고 요금제를 비롯한 다양한 추가 매출을 창출해낼 방법을 찾고 있다는 것은 아실 텐데요, 그중 하나가 바로 하나의 계정을 공유하는 행위를 중단시키겠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계정을 가지고 여러 명이 더치페이로 넷플릭스를 시청하는 행위를 막겠다는 것입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해 보도하는 Streamable에 따르면, 새로운 계정 공유 방식의 골자를 다룬 넷플릭스의 지원 문서가 잠깐 노출되었습니다.
이 지원 문서에 따르면, 계정을 공유하는 것은 한 가정에 함께 사는 가족으로 제한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집행할까요? 바로 집으로 지정된 와이파이 네트워크에 각각의 프로필이 로그인된 기기가 연결돼있는지를 31일마다 확인한다는 것입니다. 이 인증을 통과하면 해당 기기는 "인증된 기기"로 등록이 되고, 다음 31일 동안 다시 인증을 하지 않아도 되는 방식입니다. 여행을 다니거나 집에 들고 가지 않을 기기(예: 회사 지급 컴퓨터 등)에서 넷플릭스를 시청하는 경우, 이메일로 임시 코드를 받아 1주일 동안 로그인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혹여나 기존의 계정 공유 상태에서 나와 새로운 넷플릭스 계정을 만든다면, 기존의 계정에 있던 프로필에서 시청 히스토리나 선호도 데이터 등을 옮겨올 수 있는 도구도 제공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정책이 공개되자 반응은 좋지 않았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겠죠. 그러자 넷플릭스는 성명을 내서 "아직 최종 결정되지 않은 사항이 실수로 올라갔다"라며 다시 해당 지원 문서를 내린 상태입니다.
한편, 넷플릭스는 칠레 등 몇몇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을 상대로 진행하던 계정 공유 관련 실험을 캐나다로 확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아직 다른 국가들로의 확대는 묘연한 상황입니다.
애플의 실적: 예상대로?
애플이 회계 연도 2023년 1분기(2022년 4분기)의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약간 놀랄 만한 내용도 숨어 있었습니다.
애플의 이번 분기 총매출은 1,172억 달러(약 148조 9,026억 원), 순이익은 300억 달러(약 38조 1,150억 원) 정도였습니다. 수치상으로는 여전히 삼성전자의 지난 4분기 매출(약 77조 원)의 두 배 가까이 되는, 웬만한 기업을 쌈 싸 먹는 엄청난 매출이지만 작년 동기보다는 5% 정도 빠진 수치라고 합니다.
애플의 이러한 성적 부진(?)의 큰 이유는 바로 아이폰입니다. 쿠도캐스트 183회에서도 다뤘던 중국의 코로나19 봉쇄로 인한 아이폰 제조공장들의 폐쇄가 아이폰의 생산 능력에 큰 피해를 주면서 아이폰 매출이 예상을 밑돈 것의 영향이 컸습니다. 여전히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아이폰 매출을 기록했지만, 전년 대비 8%의 매출 하락을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애플 입장에서는 일반 아이폰 14 라인업, 특히 야심 차게 내놓은 아이폰 14 플러스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점도 약간의 불안 요소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맥은 상황이 조금 더 심각합니다. 다양한 심증으로 미루어볼 때 (그중 하나로, 맥북 프로 발표 때 첨부한 짤막한 발표 영상의 URL에 2022년이라는 흔적이 남아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작년 10월쯤에 출시하려고 했던 M2 기반의 14/16인치 맥북 프로와 맥 미니가 모종의 이유로 3개월이나 늦은 지난달에 선을 보이면서 신제품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했습니다. 이에 따라 전년 대비 낙폭이 29%로 꽤 큰 편이었습니다.
이러한 신제품 효과가 중요하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 바로 아이패드였는데요, 칩 말고는 바뀐 게 (거의) 없는 아이패드 프로나 어댑터를 써야지만 애플 펜슬을 쓸 수 있는 희대의 괴작인 10세대 아이패드에 대한 반응이 그리 좋지는 않았음에도 전년 대비 무려 30% 매출 성장을 이루어냈습니다.
한편, 애플의 차세대 성장 동력이라 일컬어졌던 서비스 부문의 성장은 다소 둔화한 모습입니다. 연말 시즌 등 판매량이 시기를 많이 타는 하드웨어와 달리, 꾸준히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평가받았었는데, 이번에는 전년 대비 6% 성장을 이루어냈습니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매번 두 자릿수의 성장을 하던 모습과는 어느 정도 대조적입니다. 하지만 애플은 서비스 부문의 성장이 아직 완전히 꺾이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중요 지표를 이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전 세계에 현재 사용되고 있는 애플 기기가 20억 대를 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애플은 왜 인력 감원을 하지 않았나?
한편, 지난 연말과 올해 초 미국 빅 테크 기업들 사이에서 휘몰아쳤던 인력 감원의 바람이 스치지 않은 유일한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애플입니다. 메타가 11,000명, 마이크로소프트가 10,000명, 알파벳이 12,000명, 아마존이 약 18,000명가량의 인원을 감원한 가운데, 애플은 지금까지 리테일 측의 소규모 인력 감원(이 부분도 소문으로만 들릴 뿐, 실제로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을 제외하고는 다른 거대 정보통신 기업들 수준의 인력 감원은 없었습니다.
월 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애플이 대규모 인력 감원을 피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보수적인 인력 충원이었습니다. 코로나 판데믹 기간에 매출 성장세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많은 빅 테크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섰었습니다. 2019년 9월에서 2022년 9월 사이에 마이크로소프트는 53%, 알파벳은 57%의 인력이 늘어났고, 메타는 94%, 아마존은 두 배를 키웠습니다. 하지만 이 기간에 애플은 단 20%를 늘렸습니다. 보수적으로 인원을 늘렸기 때문에 감원할 인력도 별로 없었던 셈입니다. 그 외에, 애플은 점심 식대를 지원하지 않는 편인데 (알파벳이나 메타는 구내식당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애플은 직원도 식당에서 음식을 사 먹어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복지에 들어가는 비용을 조절하기 때문에 인력 감원의 필요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죠.
거기에, 애플의 주요 사업 모델이 코로나 특수를 덜 타는 것이기도 했다는 점이 있습니다. 애플이 열심히 서비스 부문을 키우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아이폰 매출이 반 이상을 차지하는 하드웨어 제조사의 성격이 더 강합니다. 하드웨어도 코로나 특수가 일부 있었지만, 온라인 광고나 코로나 특수를 누리는 IT 기업들에 의존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만큼은 아니었죠. 이렇다 보니 다른 기업들이 급격한 매출 하락을 겪어도 애플은 비교적 낙폭이 크지 않았습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아이폰의 생산 능력에 피해를 주지만 않았어도 매출을 전년 대비 증가시키는 것 또한 가능했을지도 모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