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잘 쉬고 돌아온 외신 브리핑! 오늘도 다양한 소식을 준비했습니다.
미국에서 비행기가 한 대로 못 떴던 이유
지난 11일 아침 (현지 시각), 미국에서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연방항공청(FAA)이 미국 내를 날고 있는 모든 비행편에 이륙 금지 명령을 내린 것입니다. 심지어 날고 있던 몇몇 비행기는 회항까지 해야 했습니다. 이 상황은 두 시간 가까이 지속되다가 동부 기준 오전 9시부터 풀리기 시작했지만, 장애가 난 시간 동안 단체로 결항 또는 지연된 비행편들이 차례대로 운항을 재개하면서 체증이 실제로 풀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공개된 정보로 항공편들의 항로나 출발 및 도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웹사이트인 Flightaware에 따르면, 장애가 해결되고 9시간이 지난 11일 오후 6시까지도 9,500여 편의 비행편이 지연되었고, 1,300여 편이 결항되었다고 합니다.
원인은 FAA의 항공고시보(NOTAM)라는 시스템에 장애가 나면서였습니다. 항공고시보는 항공관제사와는 별개로 항로나 활주로의 상태나 특이사항 등을 전달해주는 시스템으로, 조종사들이 비행을 시작하기 전에 의무적으로 숙지해야 합니다. 이런 시스템에 장애가 나버리니 아무도 비행기를 띄울 수 없는 상황이 나 버린 것입니다.
외부 해킹이 원인이 아니냐는 얘기도 도는 가운데, FAA는 며칠 간의 조사 끝에 하청업체 엔지니어가 항공고시보 서버의 몇몇 중요 파일을 실수로 지우는 바람에 장애가 발생했던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여기에 지난 연말에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낡은 전산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해 전국적으로 수천 편의 항공편이 무더기로 결항됐던 사태와 맞물려 미국 항공 전산의 현대화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2023년에 전기차 판매를 중단하려고 했던 미국 주가 있습니다.
헤드라인만 보면 이게 무슨 소리냐 하실 거 같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입니다.
이 문제의 법안은 미국에서 가장 큰 국립 공원인 옐로스톤 국립공원이 위치한 와이오밍주 의회에서 나온 것인데, 역시나 공화당 의원들이 소개한 이 법안은 2035년에 전기차의 판매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황당한 법안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충전 인프라의 문제인데, 사람들이 전기차를 사는 속도만큼 인프라가 따라붙지 못하는 게 걱정이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석유 시추 및 정유 사업이 와이오밍주의 주요 매출원이자 주민들의 주요 일자리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두 번째 이유가 더 클 것인데, 이 법을 발의한 의원들도 이 법을 진지하게 논의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전기차만 판매를 허용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거나 이미 통과시킨 다양한 주들에게 반발하는 의미로 만든 법안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즉 "보여주기식"인 거죠.
이후 업데이트에 따르면, 결국 이 법안은 관련 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하고 그대로 사라졌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관심받기 위한 헤드라인성 법안의 역할에 충실했던 셈입니다.
참고로, 와이오밍주는 미국 전역에서 전기차 등록 대수가 2번째로 낮은 주라고 하는데, 단 330대가 등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여기보다 더 낮은 주는 사우스다코타라고 하네요. 둘 다 공통으로 인구가 밀집되는 대도시가 없는 지역으로, 충전 인프라가 형성될 수요가 많지 않은 곳이긴 합니다.
넷플릭스 창업자, 자리에서 내려오다
넷플릭스를 1997년에 창업한 이후로 25년이라는 시간 동안 회사를 이끌어왔던 리드 헤이스팅스가 이번 실적 발표에서 CEO직을 사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콘텐츠 제작 부문을 이끌다가 2020년에 공동 CEO로 임명된 테드 사란도스는 보직을 유지하며, 최고운영책임자(COO)였던 그레그 피터스가 헤이스팅스의 후임으로 공동 CEO가 되었습니다. 헤이스팅스는 으레 대부분의 창업자가 대표직을 물러나면 그렇듯이 이사회 회장이 되었습니다.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가 인터넷을 통해 어디든지 DVD 대여를 받아볼 수 있는 회사로 출발하여 DVD를 빌릴 필요 없이 인터넷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직접 스트리밍해서 볼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의 선두 주자가 되었고, 이후에는 직접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애플이나 구글, 메타, 아마존 등에 비견되는 초대형 IT 기업 중 하나로 발돋움하는 데 큰 공헌을 했습니다.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에 광고를 넣는 것이나 계정 공유를 막는 것에 반대의 의견을 피력해왔는데, 최근에 구독자 수의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하면서 넷플릭스는 정확히 이 루트로 가고 있죠. 그 타이밍에 헤이스팅스가 그만둔 것을 감안하면 뭔가 관련성이 전혀 없지는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계속 되는 대형 IT 기업들의 인력 감원
이미 트위터와 메타, 아마존이 대형 인력 감원을 한 가운데, 다른 두 빅 테크 기업도 인력 감원을 진행했습니다.
첫 번째는 마이크로소프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8일, 약 10,000명의 인력 감원을 발표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력 감원은 산하 게임 스튜디오와 혼합 현실 부서에 집중이 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게임 스튜디오의 경우에는 베데스다와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를 개발하던 코얼리션의 인원도 포함됐지만, "헤일로" 시리즈를 개발하는 343 인더스트리에 특히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이게 얼마나 심했냐면 이러다 343 인더스트리가 헤일로 개발에서 손을 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고 결국 343 인더스트리는 트위터를 통해 팬들을 달래야 했습니다. (지인은 343 버전 "안심하십시오" 짤 같다고...) 한편,, 구글도 비슷한 수의 직원을 내보냈는데, 범위가 훨씬 넓었다고 전해집니다. 크롬, 검색, 안드로이드, 구글 클라우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력 감원이 시행되었다는데, 여기서 유일하게 영향을 받지 않은 부분은 바로 머신 러닝을 포함한 인공지능 분야를 연구하는 구글 브레인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기업들이 인력 감원의 이유라고 내놓는 것이 거의 복사 붙여넣기 한 수준으로 똑같다는 점입니다. "판데믹 이후의 기조가 계속될 줄 알았다." 즉, 판데믹 때 이들 기업 대부분이 격리 및 재택근무로 인한 매출의 수혜를 많이 보았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급격한 성장의 모멘텀이 유지될 거라고 예상했다는 것입니다. 이를 생각해서 공격적인 채용도 하고 신사업을 시작하는 등의 과감한 투자를 했는데, 2022년 동안의 예상 못 한 경기 침체와 이로 인한 소비 위축 등으로 더 커진 크기를 견딜 수 있을 만큼의 매출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물론, 그러는 김에 눈엣가시였던 사업도 과감히 정리하는 모습도 보이긴 합니다. 대표적으로 홀로렌즈를 개발하던 마이크로소프트의 혼합 현실 부서입니다. 홀로렌즈의 개발을 이끌던 알렉스 킵먼이 사내 언어폭력 및 성추행 문제로 사임한 이후, 홀로렌즈 프로젝트는 림보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이번 인력 감원에서 대부분이 회사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홀로렌즈의 개발을 접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