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의 두 번째 외신 브리핑! 이번 주는 이야기거리 자체는 적지만 좀 더 깊은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애플 루머 주간
이번 주는 뭔가 날이 멀다 하고 애플 루머들이 쏟아져 나왔던 주였습니다. 이중 대부분은 블룸버그의 마크 거르만이 터트린 소식들이었습니다. 하나씩 살펴보시죠.
애플의 2023년 로드맵: MR 헤드셋에 거의 올인
먼저, 애플의 2023년 로드맵입니다. 전반적으로 볼 때, 올 초에 발표될 MR, 즉 혼합 현실(Mixed Reality) 헤드셋에 올인한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이 제품의 이름은 "리얼리티 프로 (Reality Pro)"이며, 가격은 3,000달러 대의 꽤 비싼 제품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리얼리티 프로는 애플이 거의 7년간 개발한 제품으로, 애플 워치 이후로 새로운 카테고리의 하드웨어가 없었던 애플로서는 매우 큰 프로젝트입니다. 애플의 CEO 팀 쿡은 다양한 인터뷰에서 혼합현실의 한 종류인 증강현실(AR)에 대한 가능성을 여러 차례 피력한 바 있습니다.
이 헤드셋을 구동할 운영체제의 이름은 "xrOS"이며, 봄에 발표하기 전에 소프트웨어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타 운영체제를 만드는 개발팀의 도움을 추가로 받았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다른 운영체제들의 개발 일정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도 합니다. (이 얘기는 조금 있다가 하도록 하고...)
애플은 리얼리티 프로의 출시를 가을로 잡고 있으며, 이에 앞서 봄에 하드웨어 프리뷰 이벤트를 개최하고 여름에 있을 WWDC에서 xrOS 관련 개발 세션을 열 예정이라고 합니다. 보통 새로운 하드웨어가 나오면 몇몇 개발자들에게 미리 보여주고 시연용 앱을 개발하도록 하는 게 보통인데요, (아이패드와 애플 워치 모두 첫 발표 이벤트 때 몇몇의 써드파티 앱을 보여줬습니다) 이번에도 비슷한 프리젠테이션을 위해 몇몇 개발자들에게 이미 하드웨어를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이 외의 애플 하드웨어 발표 일정은 아이폰을 제외하고는 큰 일은 별로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충 나열해 보자면 이렇습니다.
아이폰 15
- 현행 아이폰 14와 같은 크기 (6.1/6.7인치)
- 다이내믹 아일랜드를 일반 모델에도 탑재
- 프로 모델의 스테인리스 스틸 밴드가 티타늄으로 변경되고, 음량 버튼이 정전식 햅틱 버튼으로 변경.
- USB-C 및 더 빠른 프로세서 탑재.
맥
- 맥 프로는 당초 루머대로 M2 울트라가 최고 사양이 될 예정. 디자인은 2019년형 맥 프로와 동일하며, 메모리는 SoC에 납땜된 관계로 슬롯이 삭제. 대신 다른 확장을 위한 PCI 슬롯은 있을 예정.
- 아이맥 프로는 2023년에 안 나올 가능성 높음. (로드맵에 등장했다 삭제됐다를 반복) 24인치 아이맥 업데이트는 M3 프로세서가 준비되기 전까지는 없을 예정. (빨라봤자 올해 말, 늦으면 내년)
- 맥 라인업의 완전히 새로운 폼 팩터 론칭으로는 15인치 맥북 에어가 있을 예정. 다만 12인치 맥북은 다시 로드맵에서 빠짐.
애플의 자체 개발 디스플레이, 애플 워치 울트라에 들어간다
다음으로 거르만이 내놓은 특종은 바로 디스플레이 관련 소식입니다. 애플이 바로 첫 자체 개발 디스플레이를 자사 제품에 장착한다는 소식입니다.
애플은 여태까지 삼성디스플레이나 LG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공급업체에게서 디스플레이를 공급받아 자신의 입맛대로 튜닝해서 탑재해 왔는데, 이번에는 애플 실리콘처럼 자체 개발을 한 디스플레이를 탑재한다는 것입니다. 이 디스플레이를 처음으로 탑재하게 될 제품은 애플 워치 울트라가 될 것으로 보이며, 2024년에 탑재하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애플은 2018년경에 디스플레이 연구소를 차리고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었는데, 마이크로LED 기술을 자사 기기에 접목시키는 방법을 개발해 왔습니다. 마이크로LED는 OLED 이후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고 있는 기술로, OLED와 비슷하게 자체발광식이어서 풍부한 암부 표현이 가능하면서도, 무기물 다이오드이기 때문에 OLED의 고질적 문제인 번인도 해결하여 더 밝게 빛을 낼 수 있습니다.
다만, 지금으로서의 문제는 수율입니다. 삼성이 매년 마이크로 LED를 이용한 TV를 내놓고 있긴 하지만, 아직 수율이 좋지 않은 관계로 크기도 상당히 크고 가격도 웬만한 가정집에서는 접근이 불가능할 정도로 비쌉니다. (2022년형 제품의 가격이 1억 원 정도입니다.) 애플 또한 마이크로 LED를 탑재한 제품을 2020년에는 양산한다는 것이 목표였지만, 그것이 밀리고 밀려서 2024년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마이크로 LED를 애플 워치 울트라에 처음으로 실험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화면의 크기가 작아서 공정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거르만은 애플 워치에 성공적으로 마이크로 LED가 탑재되면 그 이후에는 아이폰, 그리고 언젠가는 아이패드나 맥과 같은 더 큰 화면을 가진 기기에도 마이크로 LED를 탑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먼저 지금은 미니 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아이패드 프로와 맥북 프로에 OLED를 탑재하는 것부터 먼저 한다고 하네요.
OLED 맥북 프로라 하니...
맥북 프로에 터치스크린을?
개인적으로는 가장 충격적이었던 소식인데요. 바로 애플이 그간의 고집(?)을 꺾고 맥북에 터치스크린을 넣는다는 소식입니다. 애플은 2025년에 출시될 새로운 맥북 프로에 터치스크린을 장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입니다.
애플은 맥에 터치스크린을 넣는 것을 계속해서 반대해 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스티브 잡스가 2010년에 새로운 맥북 에어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터치스크린 노트북을 대놓고 깐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잡스는 여기서 세로로 서 있는 화면에 터치스크린을 넣으면 "팔이 떨어지고 싶을 것이다"라는 강한 표현까지 써 가며 당시 윈도우 노트북 시장에 불었던 터치스크린 열풍에 동참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제 와서야 맥에 터치 스크린을 넣으려 하는 걸까요? 거르만은 "UX의 통일성"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최근 들어 애플은 애플 실리콘 맥에 한해서 아이패드나 아이폰 앱을 그대로 맥에서 구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데, 맥에 터치 스크린이 없다 보니 조작성이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거기에 스위프트UI나 카탈리스트 등을 통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용 앱 개발자들이 손쉽게 아이패드용으로 개발해 두었던 앱을 맥으로 옮길 수 있는 환경이 열린 상황에서 기존에 터치를 생각하고 만든 만든 인터페이스를 마우스와 키보드로 하는 것이 직관적이지는 않다는 것이죠. 그리고 "Z세대"로 대변되는 곧 대학교에 들어가 맥북을 구매하게 될 세대가 터치스크린으로 대부분의 컴퓨팅을 했던 세대여서 터치스크린이 없는 맥북의 사용성이 제한될 수도 있다는 문제점도 있겠고요.
뭐, 저는 터치스크린 없는 맥북이 워낙 익숙해서 터치스크린이 달리게 되더라도 쓰지는 않겠지만 선택권이 있다는 것은 언제나 좋은 것이니까요.
애플 제품 발표 주간
애플이 1월에 제품을 발표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닌데, 무려 세 가지 제품이 나왔습니다.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죠.
M2 / M2 프로 맥 미니
먼저 발표된 제품은 바로 새로운 맥 미니입니다. 디자인은 여전히 옛날 맥 미니와 같은 디자인을 채용하고 있는 가운데, M1 대신 M2와 더불어 새로운 M2 프로 칩을 탑재한 것이 특징입니다.
M2 프로는 M1 프로의 직계 후속으로, M2의 설계를 기반으로 CPU와 GPU 코어를 늘렸습니다. CPU의 경우 최대 12개의 코어가 들어가며, M1 프로와 비교해 효율 코어가 두 개 더 늘어났습니다. 여기에 M1 프로 대비 세 개가 늘어난 총 19개의 GPU 코어를 조합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최대 메모리는 32GB까지이며, 최대 200GB/s의 메모리 대역폭도 M1 프로와 동일합니다.
M1 프로는 14/16인치 맥북 프로에만 들어갔지만, M2 프로부터는 맥 미니에도 탑재됩니다. 애플에 따르면, 8세대 인텔 코어 i7을 장착했던 2018년형 맥 미니 최상위 모델보다 무려 14배가 더 빠르다고 합니다. (도대체 어떤 기준에서 더 빠르냐고요? 그러게요.) M2 프로 모델에는 M2 모델과 다르게 썬더볼트 4 포트가 두 개 더 탑재되며, 최대 8TB의 SSD를 장착할 수도 있습니다. 이전 맥 미니와 똑같이 최대 10Gb/s를 지원하는 이더넷 단자로 구성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가격은 M2 모델(8코어 CPU, 10코어 GPU)이 85만 원부터, M2 프로(10코어 CPU, 16코어 GPU)를 탑재한 모델이 179만 원부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맥 미니가 애플 실리콘으로 이주하면서 가장 큰 특혜를 본 제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텔 시절에는 제대로 된 외장 그래픽 칩셋을 넣을 공간도 부족해서 CPU 성능에 비해 상당히 부족한 그래픽 성능으로 고생해야 했는데, M1 모델의 경우에는 효율성과 성능 두 마리의 토끼를 거의 완벽히 잡으면서 부족했던 그래픽 성능까지 개선돼서 집에 데스크톱을 놓고 싶지만 거대한 타워나 아이맥을 놓기를 꺼려했던 분들에게는 좋은 옵션이 되었기 때문이죠.
거기에 M2 프로를 선택하는 경우, 이번 세대교체가 진행되기 전보다 무려 90만 원이나 더 저렴한 가격에 애플 실리콘의 "프로" 칩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은 업무용 기기가 노트북일 필요가 없다는 가정 하에서 소형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에게 매우 매력적인 옵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여기에 27인치 스튜디오 디스플레이를 구비한다면 사실상 27인치 아이맥이 되는 것이고, 업그레이드 시기가 왔을 때 그냥 맥 미니만 업그레이드하면 되니 중복 지출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굳이 애플 실리콘 버전 27인치 아이맥을 내놓을 필요가 있나?"라는 의견이 많이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입니다.
M2 기반 14/16인치 맥북 프로
여기에 이어 2021년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애플 실리콘 버전 맥북 프로의 새로운 버전도 발표되었습니다. M2 프로와 M2 맥스로 나뉘는 신형은 칩 교체 빼고는 거의 새로운 사항이 없습니다. 또 다른 사항은 딱 하나, 바로 HDMI 포트 사양이 바뀌었다는 점인데, 8K에 60fps까지 지원한다는 것으로 보아 최소한 2.1 스펙의 일부를 이어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M2 프로는 맥 미니에서 설명했으니, M2 맥스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죠. M2 프로와 CPU 기반은 같지만, GPU가 최대 38개로 늘어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또한, 메모리도 최대 96GB까지 넣을 수 있는데, 이는 M1 맥스의 64GB에서 50% 늘어났습니다. (다만 96GB 메모리를 넣으려면 GPU 코어가 38개인 M2 맥스 칩을 선택해야 합니다.) M1 때처럼 14인치 모델에서도 여전히 16인치와 똑같은 칩을 구성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즉, 14인치에서도 최고 사양의 M2 맥스 칩을 넣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애플은 여기에 배터리 시간도 늘어났다고 밝혔는데, 특히 M2 프로 칩이 들어간 16인치는 애플 TV 앱에서 동영상 재생 시 최대 22시간으로 역대 맥에서 가장 긴 배터리 시간이라고 합니다. 분명히 배터리 크기는 (이미 비행기에 들고 탈 수 있는 최대 용량의 배터리이기 때문에) 더 이상 커질 수가 없는데 어떻게 이걸 해냈냐면.. 바로 M2 프로와 맥스의 CPU 코어 구조에 있습니다.
맥 미니 섹션에서 M2 프로에 효율 코어가 두 개 추가돼서 총 네 개라고 말씀드렸는데, 간단한 작업은 효율 코어가 대부분 처리하는 애플 실리콘의 작업 배분 특성상, 효율 코어가 늘어날수록 배터리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됩니다. 실제로 더 버지의 리뷰어도 자신의 평균적 워크플로우에서 M2 맥스의 배터리 시간이 M1 맥스보다 40% 정도 더 길었다고 밝혔습니다. (10시간 vs 14시간)
이미 M1 프로나 M1 맥스 맥북 프로를 사용하고 있다면 솔직히 업그레이드의 필요성은 못 느낄 것 같습니다. 여전히 이 노트북은 아직 인텔 맥북 프로를 사용하고 있는 사용자들이 처음으로 애플 실리콘의 맛을 볼 수 있게 해주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애플이 여전히 인텔 맥북 프로와 성능 비교를 하고 있는 걸 보면 말이죠.
애플이 작년부터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우려스러운 점이 바로 고공행진 중이었던 원-달러 환율을 핑계(?)로 가격을 무섭게 올리고 있다는 점인데요, 그나마 맥북 프로는 그간 환율이 많이 떨어져서인지 10만 원 인상에 그쳤습니다. M2 프로(10코어 CPU, 16코어 GPU)와 16GB 통합 메모리, 그리고 512GB SSD를 탑재한 14인치 모델이 279만 원부터 시작합니다.
2세대 홈팟
그다음 날에는 급작스럽게 2세대 홈팟이 공개되었습니다. 이건 2020년에 공개된 홈팟 미니의 후속이 아닌, 2018년에 출시되어 2021년에 단종된 "큰" 홈팟의 2세대 제품입니다.
2세대 홈팟의 차이는 하드웨어 쪽에 많이 있습니다. 먼저, 기존의 아이폰 6에서 쓰던 A8 칩에서 애플 워치 시리즈 7의 S7 칩으로 업그레이드됐습니다. 물론 아이폰에서 쓰던 칩 대신 애플 워치의 칩을 쓰는 것이 업그레이드가 아니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둘 사이에는 무려 8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게 얼마나 오래 전이냐면, 아이폰 6이 발표된 이벤트에서 애플 워치가 첫 선을 보였습니다.) 칩 세계에서 그 정도면 청동기에서 철기 시대로 갈아탄 수준이죠.
여기에 홈팟 미니에도 숨겨져 있었던 온도와 습도 센서가 탑재됩니다. 이 센서들은 홈팟이 비치된 방의 온도와 습도를 측정하여 스마트 홈 자동화의 작동 조건 등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홈팟 미니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센서가 해금됩니다.) 또한, 화재경보기의 소리를 인식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어 홈팟이 화재 경보를 인식하면 사용자의 아이폰에 알림을 보내줄 수도 있습니다. 집 밖에 있을 때 화재가 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죠.
오디오 면에서는 약간의 너프를 먹었습니다. 고음을 담당하는 트위터가 7개에서 5개로 줄었으며, 사용자의 목소리를 인식하는 마이크도 6개에서 4개로 줄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새 홈팟의 음질이 1세대만큼이나 뛰어날 것이라고 말합니다. 오디오 하드웨어에서의 불리함을 새로운 칩과 이를 활용한 더 개선된 컴퓨테이셔널 오디오로 커버했다는 얘기인 듯한데, 이 부분은 지켜봐야겠죠.
새 홈팟은 1세대에서 가격이 다소 떨어진 $299에 구매가 가능합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당분간 판매 계획이 없습니다.
써드파티 트위터 앱의 종말
이 이야기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도 안 잡힙니다.
지난 12일경, 트윗봇, 트위테리픽 등 인기가 많은 써드파티 클라이언트들이 급작스럽게 작동을 중단합니다. 아예 새 트윗을 불러오는 건 고사하고, 로그인 에러까지 뜹니다. 이 상황에서 가능성은 두 가지입니다. 써드파티 앱을 인증하는 과정에서 버그가 발생한 경우이거나, 아니면 트위터 측에서 일부러 접근을 차단한 경우. 하지만 거의 5일 가까운 시간 동안 트위터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고, 점점 트위터 측에서 접근을 차단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습니다.
그리고 17일이 되어서야 트위터의 개발 계정에 트윗이 하나 올라옵니다. 오래전부터 있었던 API 관련 규정을 강제하면서 몇몇 앱은 동작이 안 될 수도 있다고 밝힙니다. 하지만 이게 어떤 규정인지는 전혀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3일 후에는 개발자 약관에 "트위터 공식 앱의 기능을 그대로 구현한 앱의 개발을 불허한다"라는 내용이 추가되면서 써드파티 트위터 앱을 완전히 막아버렸음을 발표합니다.
이 모든 사단은 사실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여태까지 안 한 것이 더 놀랍다는 의견도 있죠. 트위터의 입장에서 써드파티 클라이언트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 사용자들은 광고에 노출될 방법이 아예 없다는 것입니다. 현재 트위터의 가장 큰 매출원은 다른 소셜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광고이며, 써드파티 앱 사용자들은 어떻게 보면 트위터에서 가장 접속 빈도가 높은 사용자들, 즉 파워 유저들일 것입니다. 트위터 입장에서는 이 사람들에게도 광고를 노출시켜야 유의미한 매출 부스트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할 만합니다.
하지만 이 주장의 대척점에는 트위터 블루가 있습니다. 월 8달러, 혹은 스마트폰 공식 앱으로 가입하면 11달러인 트위터 블루는 어떻게 보면 이러한 파워 유저들에게 광고 대신 돈을 직접적으로 수금할 수 있는 채널입니다. 트위터 블루가 충분히 매력적인 기능을 제공한다면, 골수 트위터 사용자들은 기꺼이 돈을 낼 겁니다. 이 모델의 성공 가능성은 이미 유튜브 프리미엄이 증명한 바가 있기도 하죠.
그렇다면 아예 트위터 블루에 가입해야만 써드파티 앱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파워 유저들은 좀 투덜댈지는 몰라도 기꺼이 돈을 냈을 겁니다. 이제 15년 차 트잉여이자 트위터에서 만난 좋은 사람과 결혼을 앞두고 있는 저라도 그랬을 테니까요.
써드파티 트위터 앱들은 다양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태어나는 곳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요즘은 우리 모두 무의식적으로 하는 "당겨서 새로고침"도 원래 써드파티 트위터 앱인 트위티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개념입니다. (트위터는 트위티를 2010년에 인수했고, 이것이 지금의 공식 앱의 시초입니다. 즉, 트위터는 공식 앱을 처음부터 직접 개발한 적도 없이 그냥 써드파티 앱을 돈 주고 사온 셈입니다.) 처음에는 트위터 API가 워낙 자유로웠기 때문에 UX가 천차만별이었고, 사용자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앱을 고를 수 있었습니다. 일찍이 써드파티 앱들을 막기 시작한 인스타그램과 다른 부분이기도 했죠.
트위터가 이런 방식으로 써드파티 앱들을 막은 것도 말이 많습니다. 위의 5일 동안 트위터는 언론이나 문제의 써드파티 앱을 개발하는 것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개발자들의 질의에도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트위터의 커뮤니케이션 부서나 외부 개발자 관련 부서 모두 일론 머스크의 집권 초반에 있었던 대규모 정리해고의 영향을 받은 점은 감안해야 하겠지만, 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외부인 입장에서 처음으로 들은 소식이 바로 트위터 사내 슬랙의 내용이 유출됐을 때였다는 것은 그간의 선의를 완전히 깨버리는 행동이라 할 만합니다.
제가 자주 썼던 트윗봇의 개발사인 탭봇은 결국 20일 트위터의 약관 변경이 알려진 날에 트윗봇을 앱 스토어에서 내린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24일에 새로운 마스토돈 클라이언트인 아이보리를 출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