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스마트폰의 최강자에 군림했던 캐나다의 블랙베리가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블랙베리의 CEO 존 첸은 28일(현지 시각) 2016년 2분기 실적 발표를 하는 자리에서 스마트폰 제조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모든 내부 하드웨어 개발 사업을 접을 예정이고, 앞으로는 하드웨어를 OEM 방식으로 생산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제조사가 만든 기기를 리브랜딩해 판매하겠다는 겁니다.
블랙베리는 한때 스마트폰 산업에서 아무도 쫓아갈 수 없는 최강자였습니다. 중독성 있는 쫀득한 키감의 하드웨어 키보드는 “크랙베리(마약의 은어 중 하나인 ‘Crack’과 블랙베리의 합성어)”라는 단어를 만들어내기도 했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블랙베리의 광팬이어서 당선 후 NSA에서 보안에 안전한 특별한 블랙베리를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블랙베리의 스마트폰 시장 독주는 서서히 끝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거기에 안드로이드폰도 인기를 끌면서 블랙베리의 입지는 더더욱 좁아졌습니다. 블랙베리는 사상 첫 풀터치 스마트폰인 Z10 등을 내놓으며 반전을 노렸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죠.
결국 2015년에 블랙베리는 커다란 모험을 감행합니다. 자체 개발 운영체제를 버리고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프리브를 내놓은 것입니다. 블랙베리는 프리브의 반응이 생각보다 좋으면 프리브보다 더 저렴한 안드로이드폰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결국 프리브마저도 상황을 역전시키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실제로 한 AT&T 임원은 “환불 요청이 생각보다 높았다”며 프리브의 실패를 사실상 인정했고, 출시 직후인 올 1분기의 스마트폰 판매량도 목표치인 85만 대에 훨씬 못 미치는 60만 대였습니다.
한편, 프리브는 지난주에 우리나라에 59만 원의 출고가로 출시됐습니다. 프리브가 미국에서 출시했을 때 공기계 가격이 699달러(약 77만 원)였음을 감안하면, 사실상 재고떨이인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