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8일부터 15일까지의 이야기. 32주차의 외신 브리핑, 시작합니다!
리콜로도 모자라 차를 되사겠다는 도요타
도요타가 올해 상반기에 출시한 최초의 완전 전기차 bZ4X SUV에 대해 운전자들에게서 차를 되사겠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뭐가 문제였을까요?
도요타는 지난 6월, 고객 인도가 시작된 지 2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bZ4X에 대한 리콜을 발표했습니다. 이유는 바로 운전 중에 바퀴를 차축에 고정하는 볼트가 느슨해져서 풀어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즉, 주행 중에 잘못하면 바퀴가 자기 혼자 떨어져 나간다는 것이죠.
이 시점까지 bZ4X는 총 2,700여 대가 출하되었는데, 이중 2,200대가 유럽, 280대가 북미, 110대가 일본, 그리고 60대가 기타 아시아 지역에 출하되어 있던 상태라고 합니다. 이중 대부분은 고객 인도가 되지 않았지만, 워낙 문제의 사안이 심각한 만큼, 도요타는 인도된 차량의 운행을 즉각 중단하고, 문제의 차량을 딜러에 입고시킬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딜러에서는 대신 무료로 다른 차량을 대차 해주는 방식이었죠.
이후 도요타는 고객들에게 추가로 메일을 발송했는데요, 추가적인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골자였습니다. 여기에는 현재 대차 된 차량의 유류비 배상과 차량 가격의 5,000 달러 캐시백, 2024년까지 EVgo라는 전기차 충전소 업체가 소유한 모든 충전소에서 무료 충전 혜택, 그리고 현재 리콜 기간만큼의 보증 기간 연장 등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만약에 이 혜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구매 가격에 차를 되사는 선택지도 제공하겠다고 합니다.
여기서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아직도 바퀴가 떨어져 나간다는 초유의 사태에 대한 해결책을 못 찾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는 것입니다. 해결책을 찾았다면 언제쯤 수리가 이루어질 예정이라는 안내문이 나가야 할 것 같은데,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것은 아직 해결책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았고, 그동안 자신의 새 차를 몰지도 못하고 있는 고객들을 달래기 위한 추가 당근을 제공하는 것이죠.
여기서 도요타 입장에서 또 걱정스러운 것은 bZ4X가 전기차 전용으로 개발된 새로운 e-TNGA 플랫폼의 첫 차라는 것입니다. 이건 현대의 아이오닉 5와 6, 기아의 EV6, 그리고 제네시스 GV60이 같은 e-GMP 플랫폼을 공유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전기차 플랫폼을 처음 적용한 차량, 그것도 플랫폼과 직결돼 있을 차축과 바퀴의 문제이다 보니 이 플랫폼을 적용할 후속 모델들의 판매 일정에도 줄줄이 적신호가 켜진 셈입니다. 현재 e-TNGA 플랫폼 기반 차량으로는 스바루의 솔테라(e-TNGA 플랫폼 자체가 도요타와 스바루가 공동 개발한 것입니다) 그리고 렉서스 RZ가 현재 출시 대기 중에 있습니다. 솔테라 역시 생산은 되었지만 고객에게 인도가 된 상태는 아니라고 합니다.
새로운 미국 전기차 보조금,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전기차는 못 받는다
현재 미국 상원을 아슬아슬하게 통과하여 하원에서 통과를 대기 중인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에 새로운 전기차 보조금 조건이 등장했습니다. 근데 이 조건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모두 보조금 조건에 맞지 않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 법안에 따르면, 2024년까지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배터리 원료의 40%가 북미 지역, 혹은 미국의 무역 파트너 국가로부터 와야 하며, 2029년부터는 배터리 관련 부품의 100%가 북미 지역에서 제조되어야 합니다. 또한 "우려 외국 집단(Foreign entity of concern)"에서 추출, 정제, 혹은 재활용된 광물을 사용하는 배터리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입니다. 근데 이 우려 외국 집단에 포함된 나라 중 하나가 어딜까요?
역시나, 바로 중국입니다. 이런 이유로 바이든 정부와 집권당인 민주당의 중국 때리기의 일환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공화당에서는 타임라인 없이 곧바로 배터리를 100% 북미에서 제조하는 조건을 내걸으려고 했으나, 무산됐다는 이야기도 들리는 걸로 봐선 중국 때리기는 양당 모두의 정책인 거 같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영업을 하는 자동차 제조사들의 이익집단인 "자동차 혁신을 위한 연합(Alliance for Automotive Innovation, AAI)"에 따르면, 2024년에 발동될 조건을 만족하는 차량은 현재 판매되는 전기차 중 단 30% 정도라고 합니다. 2029년에 발동될 조건을 만족하는 차량은 아예 없다고 하고 있고요.
물론 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테슬라는 현재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종의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네바다 주에 기가팩토리를 지었었는데, 그와 더불어 다른 부품도 대부분 지역 공급업체에서 구해온 덕분에 차량 전체에서 북미에서 생산된 부품을 가장 많이 쓰는 전기차로 올라가 있다고 합니다. 그 비율은 약 65% 정도입니다. (다만, 테슬라는 기존 전기차 보조금 조건인 누적 판매 대수 20만 대 미만을 진즉에 돌파해버려서 모든 차종에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습니다.)
다만, 이건 테슬라가 미국 기업이기 때문에 가능한 거였고,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아시아나 유럽 기반의 자동차 제조사들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당장 현대기아차는 각자 미국 공장이 있긴 하지만, 현재 전략 전기차인 아이오닉 5와 EV6는 전부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제네시스 GV70의 전동화 모델이 곧 미국에서 생산에 들어가긴 하지만, 제네시스 브랜드 자체가 미국에서 죽을 쑤고 있기 때문에 별로 의미는 없는 상황입니다. 현대차에서는 5월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당시에 조지아 주에 연간 생산 30만 대 규모의 공장을 약속했다고 하지만, 그 공장도 2025년에나 가동에 들어갑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조건 발효의 "페이즈 1"에 들어가고 1년이 지나서야 가동이 되는 것입니다. 기아차는 심지어 전기차 생산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 아예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출처)
한편, 한국 정부 측에서는 해당 법안이 한미 FTA 위배 가능성이 있다면서 조건을 완화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관련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바이든 정부이니만큼, 이 요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합니다. (그리고 역시 미국 대통령 승계 서열 3위인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친히 방문했는데 자기 휴가라고 안 만난 대통령의 나라이니 해줄 리가요)
디즈니+, 미국에서 가격 크게 올린다
디즈니가 지난주에 있었던 실적 발표에서 디즈니+의 가격 인상을 발표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지금 우리가 즐기고 있는 광고 없는 디즈니+ 요금제의 가격을 올린다는 것인데요.
현재 미국에서 $7.99, 우리나라에서는 9,900원에 제공되고 있는 광고 없는 요금제(새로운 이름은 "디즈니+ 프리미엄")는 $10.99로 3달러 상승하며, 기존의 $7.99에는 광고가 들어가는 요금제("디즈니+ 베이식")가 포진하게 됩니다. 해당 요금은 12월 8일부터 적용된다고 합니다. 현재로서는 북미에만 해당되고 있지만, 다른 국가에도 광고가 들어가는 디즈니+ 베이식이 도입되면 비슷한 가격 인상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광고는 1시간에 4분 미만 수준으로 적용됩니다.
디즈니+의 광고 도입은 이미 올해 초부터 나왔던 얘기이긴 합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쟁이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으로 진화하면서 스트리밍 서비스들 모두 엄청난 제작비의 감당을 위해 구독 가격을 야금야금 올리는 추세였는데요. 넷플릭스는 프리미엄 요금제가 무려 17,000원입니다. 이에 비하면 넷플릭스 프리미엄 요금제와 혜택이 비슷한 (최대 4K HDR 스트리밍, 동시 4개 스트리밍 가능 등) 디즈니+는 거의 혜자 수준이긴 합니다.
한편, 올해 처음으로 가입자가 감소하기 시작한 넷플릭스 또한 광고가 포함된 요금제를 준비 중인 상황입니다. 다만 이쪽은 광고 요금제에는 볼 수 있는 콘텐츠에도 차등을 줄 거라는 얘기가 있네요.
애플, 광고 진출 본격화
작년 iOS 14.5부터 애플이 도입한 앱 광고 추적 투명성 (App Tracking Transparency, ATT) 기능을 기억하실 겁니다. 이 기능이 가져온 나비효과는 트래킹 광고가 주요 매출이었던 소셜 미디어 업체들 (메타, 스냅 등) 같이 큰 곳부터 (개인적으로는 너무 공격적이라고 생각하는) 광고에 의존하는 영세한 게임 개발자들에게까지 다양한 영향을 주고 있는데요. 일례로 메타는 ATT 때문에 연 10억 달러 정도의 매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죠.
물론 애플은 이것이 사용자들의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물론 어느 정도 맞는 것도 있겠죠. 다만 한편으로는 최근에 서비스 사업부 성장을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하는 애플의 자체 광고 서비스 확장을 노리고 있다는 시각도 많았는데요.
이 우려(?)가 어느 정도 현실화가 되는 것 같습니다. 블룸버그의 애플 유출 전문 기자인 마크 거르만에 따르면, 애플의 광고 서비스 부문 부사장인 토드 테레시(Todd Teresi)가 서비스 부문 SVP인 에디 큐에게 직접 보고하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이렇게 더 높은 사람에게 직접 보고한다는 얘기는 사내적으로 해당 부문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애플이 처음으로 광고 사업에 발을 들인 것은 먼 옛날인 2010년 iAd 사업이었습니다. 당시 스티브 잡스는 기존에 앱 개발자들이 자신의 앱에 탑재하는 광고들이 너무 못 생겼고, 앱에서 튀어나가기 때문에 안 좋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면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HTML5 기반의 앱 내 광고 시스템을 제안했습니다. 적당한 상호작용성을 제공하여 미니게임 등을 할 수 있기도 하고, iOS에 직접적으로 내장돼 있으니 개발자 입장에서 할 일도 많지 않았습니다. 다만, iAd 자체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고, 결국 2016년 즈음해서 애플 쪽에서 조용히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사라졌습니다.
그즈음해서 생긴 것이 바로 앱 스토어의 검색 광고입니다. 구글의 검색 광고와 비슷한 방식입니다. 앱 스토어에서 찾는 앱을 입력하면 개발자가 관련 앱이라고 광고를 게재해놓은 앱이 뜨는 형식입니다. 애플은 또한 뉴스 앱에도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이 광고는 애플이 호스트 하거나, 원하면 뉴스 앱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퍼블리셔 측에서 광고를 게시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뉴스 앱이 없으니 체감을 못 하지만요)
애플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지도 앱이나 팟캐스트 앱, 북스 앱, 그리고 TV+에 광고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거르만의 의견입니다. 이미 지도 앱은 내부적으로 테스트가 진행됐었다는데, 지도에서 특정 키워드를 입력할 때 해당 키워드와 관련된 광고가 올라오는 형식입니다. (예를 들어, "햄버거"를 검색하면 근처에 광고를 올려놓은 버거 식당이 최상위로 올라오는 방식입니다) 이미 예전에 구글 지도를 쓰던 시절에 비슷한 방식으로 광고가 동작했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물론 이때는 애플이 아닌 구글이 호스팅 했겠지만요. 팟캐스트나 북스는 앱 스토어와 비슷한 방식의 검색 광고가 도입될 것으로 보이고, TV+는 상술한 디즈니+ 베이식과 비슷하게 광고를 탑재한 새로운 요금 티어가 등장할 가능성이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애플 TV+가 이미 월 $4.99(6,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제공되니만큼, 아예 무료 티어가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이긴 하네요.
처음에 이 기사를 접했을 때 생각난 것은 바로 작년 즈음에 있었던 삼성 기본 앱 배너 광고 논란이었습니다. 기본 날씨 앱이나 삼성 페이 앱에 배너 광고를 탑재해서 논란이 됐던 사건인데요, 결국 삼성의 MX 부사장인 노태문이 광고를 제거하겠다고 밝히며 일단락됐었습니다. (노태문은 그 뒤에 일어난 GOS 사태로 더 악명을 떨치게 됩니다.) 삼성이나 애플 결국 하드웨어 판매로는 계속되는 성장이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고, 이 성장분을 자사 서비스에서 찾는 것입니다. 광고도 이 서비스에 녹이는 것이겠고요.
다행히도 애플이 하려는 광고는 그나마 삼성이 했던 것에 비해서는 순한 맛이긴 합니다. 하지만 ATT와 맞물려 있는 문제다 보니 "자신의 광고 사업을 키우기 위해 다른 잠재적 경쟁자들을 '고객의 개인정보보호'라는 이유로 쳐낸 거 아니냐"라는 의심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은 자사의 "개인화된 광고" 시스템이 기기 고윳값이나 애플 ID 정보 등을 기반으로 사용자를 추적하고, 이를 통해 고객 개인의 정보를 숨기는 방식이기 때문에 다양한 사이트와 앱을 넘나들면서 추적하는 ATT의 제재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는 합니다만, 사실 이런 데이터는 플랫폼 사업자인 애플만이 가져올 수 있는 정보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형평성 논란도 덤으로 생기겠네요.) 또한, 이미 다른 앱은 사용자의 동의 없이는 앱 스토어 가이드라인을 통해 금지하고 있는 앱 푸시 광고를 자사 서비스 홍보를 위해 버젓이 하고 있는 행태도 문제겠고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앱에서는 민감한 정보를 입력하지 마세요
위에 다뤘던 ATT와 관련 있는 소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ATT, 그리고 또 그 외에 다양한 방법으로 브라우저에서 써드파티 쿠키를 막으려는 구글이나 모질라의 다양한 노력으로 인해 크로스 추적의 길이 막힌 메타는 이제 어떤 식으로 추적을 할까요?
자사 앱들의 내장 브라우저밖에 답이 없겠죠. 앱에서 링크를 누르면 나오는 그 브라우저입니다.
패스트레인이라는 모바일 앱 개발 도구의 개발자이자 창업자인 펠릭스 크라우스(Felix Krause)에 따르면, 메타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내장 브라우저에 자바스크립트 코드를 주입해서 해당 내장 브라우저를 돌리고 있는 앱과의 연결을 통해 각종 민감한 정보를 받아올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정확하게 어떤 데이터를 주고받는지는 100% 밝혀지지 않았지만, (크라우스에 따르면 애초부터 이게 가능하다는 것만 보여주려 했을 뿐, 주고받는 모든 데이터를 찾아낼 생각은 없었다고 합니다) 잠재적으로는 해당 웹사이트에서 벌어지는 모든 탭이나 텍스트 선택, 복사 혹은 붙여 넣기 되는 콘텐츠들, (아마 여기에는 비밀번호 매니저에서 가져오는 비밀번호도 포함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구매하는 물품들의 정보까지 싹 다 메타로 전송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메타가 이걸 하는 이유는 당연히 최대한 사용자 데이터를 모아서 더 효율적인 타겟팅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크로스 추적이 안 되는 상황이 되니 자사 앱에서 최대한 추적 데이터를 모아야 하는 상황이 됐는데, 이걸 앱 안에서 링크를 탭할 때 띄우게 되는 내장 브라우저에서 해결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를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물론 맨 처음에 링크를 탭 해서 해당 링크를 여는 상황까지 막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애초에 메타 쪽에서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전부 차단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일단 링크를 탭 하는 순간 바로 기본 웹 브라우저에서 열도록 하는 것이 메타의 추적 행위를 최대한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또한, 이게 불안하다면 아예 네이티브 앱을 쓰기보다는 (거의 모든 기능이 구현된) 웹 앱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