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가는 여름의 자락 속에서 전해드리는 주간 외신 브리핑 33주차, 시작합니다.
팔로우업: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 법이 되다
지난 주간 외신 브리핑에서 언급했던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이 결국 법이 되었습니다. 지난 한 주 간 법안은 신속히 하원을 통과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곧바로 서명하며 초스피드로 법을 발효시켰습니다.
지난번에 이로 인해 국내 자동차 산업(더 정확히 말하면 정부와 현대기아차)이 완전히 뒤집힌 가운데, 이 법안에 전기차 보조금과 관련해서 어떤 부분이 쓰여있나 더 자세히 살펴볼까 합니다. (물론 이 법안에는 전기차 보조금 말고 수많은 다른 분야들이 있지만, 정치 블로그가 아닌 관계로...)
일단 지난 브리핑 때 까먹고 언급을 안 한 부분이 있는데, 바로 법안의 발효 즉시 보조금의 대상이 "북미 지역에서 최종 조립이 이뤄지는 전기차"라는 점입니다. 사실 이 부분 때문에 현대기아차가 난리가 난 것인데요, 지난 브리핑 때 언급한 것처럼 간판 전기차인 현대 아이오닉 5나 기아 EV6 모두 우리나라에서 생산하여 수출하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현재 기준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플러그인 차량(완전 전기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포함)은 2022년형 기준 총 18종, 2023년형 모델 총 3종입니다. 2023년부터는 기존의 보조금 조건이었던 누적 판매량 20만 대 미만 조건 또한 해제되어 2022년형 8종, 2023년형 2종이 추가 포함됩니다. 여기에는 테슬라 전 모델과 쉐보레 볼트 EV, 그리고 허머 EV 등이 포함되게 됩니다. (테슬라로서도 호재가 된 셈입니다) 재밌게도, 총 31종의 보조금 지급 대상 중 (북미 지역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대상이 된) 7종만 제외하면 전부 미국 기업 차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 법안의 지극히 미국 중심주의적인 부분이 보이는 것이죠.
여기에 추가적으로 2023년부터 우리나라와 비슷한 차량 가격 상한선의 조건 또한 도입됩니다. 다만, 모든 차종에 동일하게 상한선이 도입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세단, 해치백, 왜건의 경우 5만 5천 달러(약 7,190만 원), 그리고 트럭이나 SUV, 밴의 경우 8만 달러(약 1억 687만 원)의 상한선을 가지게 됩니다. 상당히 높아 보이지만, 현재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훌쩍 넘은 맛이 간 상황인 것도 감안해야겠죠. 또한, 배터리 크기나 휠 사이즈, 구동방식과 같이 주행 거리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는 추가 옵션 사양을 적용해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최종 가격이 위에 명시된 금액을 넘어가면 얄짤없이 잘립니다.
여기에 연간 소득 상한선도 생겨서 1인 소득 기준 15만 달러(약 2억 원), 가정 다인 소득 기준 30만 달러(약 4억 원)를 넘으면 보조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 만약에 여러분이 미국에서 갑부라면, 지금 전기차를 사셔야 할 때인 셈입니다. (물론 갑부셨으면 고작(?) 7,500달러의 보조금에 연연하진 않으셨겠죠)
이미 새로운 보조금 지급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 전기차를 예약했다가 반도체 부족 사태 때문에 차를 못 받은 상태에서 이 날벼락을 당한 소비자들을 위한 구제 방안도 존재합니다. 만약에 차를 예약했을 때 "구속력이 있는 계약서(Written binding contracts)"에 서명했다면, 이전 보조금 기준에 맞춰 보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팔로우업: 틱톡도 내장 브라우저에서 추적한다
지난 브리핑 때 메타가 자사 앱들(페이스북, 페이스북 메신저, 인스타그램)의 내장 브라우저에 자바스크립트 코드를 붙여서 사용자의 행동을 추적해 이를 광고 타게팅에 활용한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었죠. 이 사실을 처음 발견한 개발자 펠릭스 크라우스가 이번엔 이걸 틱톡에 해봤다고 합니다.
틱톡에서 발견된 자바스크립트 코드는 메타의 것보다 조금 더 심했다고 하는데요, 내장 브라우저에서 입력되는 모든 키보드 관련 동작을 기록하는 코드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해당 사이트에 키보드로 입력할 만한 것들이 모두 포함됩니다. 신용카드 번호나, 암호 같은 예민한 정보까지요. 사실상 키로거나 다름없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사용자가 탭하는 이미지나 링크 등의 모든 요소를 기록하는 코드도 있다고 합니다. 다만, 이 자바스크립트 코드가 이 데이터를 얼마만큼 저장하는지, 그리고 이 데이터를 얼마만큼 틱톡 서버에 전송하는지 등은 알아낼 수 없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대해 틱톡은 해당 자바스크립트 코드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디버깅 용도로만 이용한다고 해명했습니다.
크라우스는 이러한 자바스크립트 코드를 감지할 수 있는 웹사이트인 https://InAppBroswer.com을 만들었는데요, 저도 해당 웹사이트를 사실상 우리나라의 공공재나 다름없는 카카오톡의 내장 브라우저에 넣어봤습니다. 사용자의 화면을 터치한 기록을 남겨두는 자바스크립트 코드가 발견된 것으로 보이나, 틱톡이나 인스타그램만큼의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미국 내 케이블 브로드밴드 인터넷 가입자 수, 사상 처음 하락세
미국의 케이블 브로드밴드, 즉 케이블 TV선으로 인터넷을 연결하는 방식의 가정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 수가 지난 분기의 기간 동안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라이트만 리서치 그룹에서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상위 7개의 미국 케이블 브로드밴드 업자의 가입자 수가 총 60,239명 감소했다고 합니다. 가입자가 감소한 현상은 사상 처음으로, 이전의 가장 낮은 성장을 보였던 2009년에도 25만 명의 가입자가 추가되었었다고 합니다. (2009년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벌어진 경기불황이 한창이었을 때임을 감안해야 합니다)
업자별로 살펴보면, 최대 가입자를 보유한 컴캐스트가 사실상 기존의 가입자 수를 유지했으며, 2위인 차터(Charter)는 21,000명 감소, 4위인 알티스는 39,600명 감소하였습니다. 그나마 6위인 케이블컴만이 2,000명을 추가했을 뿐이었습니다. 여기에 광섬유 기반의 브로드밴드 인터넷을 제공하는 인터넷 업자들도 약 84,000여 명의 가입자 감소가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고정 무선 인터넷 업자들의 가입자는 무려 816,000명이나 늘었다는 것입니다. 이 업자들은 무선 셀룰러, 즉 LTE나 5G 망을 이용해 가정 인터넷을 제공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서비스가 있다는 게 믿기 어렵긴 하지만, 미국에서는 아무래도 선을 직접 끌어다 쓰는 것보다 기지국을 설치하고 여기를 통해 인터넷을 제공하는 것이 더 쉬운 지역도 있습니다. 이런 곳의 인터넷 가입자가 부쩍 늘었다는 것이죠.
미국에서 5G가 처음 서비스를 시작할 때 이러한 시골 지역에서 선을 끌어다 놓을 필요 없이 인터넷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 통신사들의 주요 홍보 포인트였는데, 이게 실제로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는 셈이겠네요.
노트북을 먹통으로 만들었던 어떤 노래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레이몬드 첸이 윈도우 XP 시절에 있었던 흥미로운 이야기를 공유했습니다.
그 당시에 잘 알려진 노트북 제조사가 특이한 문제를 조사 중이었는데요, 바로 자넷 잭슨의 "Rhythm Nation"이라는 노래를 노트북에서 틀 때마다 노트북을 먹통으로 만든다는 것이었습니다.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제조사는 이 노래가 자사의 노트북뿐만 아니라 경쟁사들의 노트북도 똑같이 먹통으로 만든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더 알 수가 없었던 것은, 이 노래를 스피커로 틀면 주변에서 이 노래를 틀고 있지 않았던 노트북들까지 같이 먹통으로 만들어버린다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었을까요?
문제는 바로 이 노트북들에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는 부품이었습니다. 바로 5400RPM짜리 노트북용 하드 디스크였는데요. 노래의 특정 부분이 이 하드 디스크의 자연적인 공명 주파수와 우연찮게 맞는 바람에 하드 디스크가 먹통이 되면서 노트북 전체가 먹통이 되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이 노트북 제조사는 스피커에서 오디오를 재생하는 파이프라인에 커스텀 오디오 필터를 넣어서 해당 주파수를 펌웨어 단에서 감지해내서 이를 걸러내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니 예전에 들었던 "바닐라맛 아이스크림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차"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미국 PBS 라디오에서 얘기한 적이 있다고 하는 이 이야기는 결국 이후에 도시전설로 판명이 나긴 했지만, 여전히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먼 옛날, 포드 자동차에 이상한 고객 지원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프레드라는 이름의 포드 오너는 가족이 즐겨 찾는 아이스크림 판매점에 가서 바닐라맛 아이스크림을 사 갖고 차에 돌아오면 꼭 시동이 안 걸린다는 보고를 했습니다. 딸기맛이나 초코맛을 살 때는 문제없이 시동이 걸리는데 꼭 바닐라맛만 사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포드에서는 엔지니어를 보내 조사를 하게 했습니다. 이 엔지니어는 문제의 아이스크림 판매점을 유심히 관찰했는데, 인기가 많은 바닐라맛은 더 빠르게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따로 진열대에서 빼놓았다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결국 원인을 알아냈는데요. 지금의 연료 직분사 방식이 도입되기 전의 예전 엔진은 일단 시동이 꺼진 후에 어느 정도 냉각이 되어야 다시 시동을 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스크림 판매점에서 인기가 많은 바닐라맛을 따로 빼놓아서 판매하는 바람에 바닐라맛을 살 때만 판매점에 들어갔다 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더 짧았고, 아직 엔진이 충분히 식혀지지 않아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결국 문제만 놓고 봤을 때는 정말 어이없어 보이더라도, 불가능한 것을 제외하고 남은 것은 믿기 힘들지라도 결국 진실이라는 좋은 교훈입니다.
무튼, 이 사실이 알려진 후, 이 이슈에 CVE-2022-38392라는 정식 분류번호가 붙게 됐습니다.
아이폰 14, 9월 7일 발표?
곧 9월이 다가옵니다. 이때 즈음이 되면 지인들에게서 문자나 실제 말로 많이 받는 질문이 바로 "새 아이폰이 언제 나올까?"입니다. 사실 애플의 연례 일정 중 가장 일정한 것이 바로 WWDC와 아이폰 발표이기 때문에 딱히 검색을 할 필요 없이 "9월쯤 발표, 한국에는 10월쯤 출시"라는 말을 달고 살게 되는데요.
그 시즌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블룸버그의 마크 거르만이 아이폰 14가 9월 7일에 발표된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것입니다. 이미 발표를 위한 영상의 촬영에 들어갔다는 것으로 보아 최소 코로나19 판데믹이 시작한 이유의 모든 애플 발표가 그러했듯이 무대에서 하는 발표가 아닌 사전녹화 영상을 생방송으로 내보내는 방식의 발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올해 WWDC처럼 극소수의 언론을 초대해 현장에서 신제품을 미리 만져볼 수 있는 행사가 기획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이벤트 다음 주 금요일에 1차 출시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아이폰의 1차 출시일은 9월 16일 즈음으로 추측되며, 요즘 한국 출시가 점진적으로 빨라지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잘하면 9월 말 출시도 점쳐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10월 초가 더 유력해 보입니다. 아이폰 13은 10월 8일에 출시됐습니다.)
다만 이번 날짜는 여러모로 흥미롭습니다. 일단 첫 번째로, 늘 하던 화요일이 아닌 수요일입니다. 이건 해당 주의 월요일(9월 5일)이 노동절이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됩니다. 주의 시작이 하루 늦으니 이벤트도 하루 늦춰진 셈이겠죠. (특히 언론을 초대할 예정이라면 전날부터 이벤트 준비를 어느 정도 해야 하고, 초대받은 언론들도 휴일에 이동을 하게 만들 상황을 줄이기 위함으로 추측됩니다.)
두 번째로는, 평소보다 빠르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작년 아이폰 13 이벤트는 9월 14일이었습니다. 2019년의 아이폰 11 이벤트는 9월 10일이었고, 2018년의 아이폰 Xs/XR 이벤트는 9월 12일, 2017년의 아이폰 8/X 이벤트도 9월 12일이었습니다. 보통 9월 셋째 주에 이벤트를 연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18년 이벤트가 수요일이었던 것은 11일이 바로 9/11 테러 기일이기 때문이었고, 아이폰 12가 나온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개발 일정이 늦추어지면서 10월에 이벤트를 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둘째 주로, 평소보다 1주일 앞당긴 것입니다. 여기의 이유에는 최근의 경기침체가 더 심해지기 전에 아이폰의 출시를 서둘렀다는 의견이 있긴 하나, 확실치는 않습니다.
이 날에는 6.1인치와 6.7인치의 아이폰 14/14 맥스, 그리고 아이폰 14 프로/14 프로 맥스가 발표될 것으로 보입니다. 컬트적 인기를 끌었으나, 전반적으로는 판매가 부진했던 5.4인치 미니 라인업은 아이폰 13 미니를 끝으로 명맥이 끊길 것으로 보입니다. 대부분의 개선은 아이폰 14 프로에 집중되며, 새로운 A16 칩과 4,800만 화소 메인 카메라 등이 더해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아이폰 14는 아이폰 13의 A15를 유지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또한, 애플 워치 시리즈 8도 발표됩니다. 체온을 잴 수 있는 센서와 여성 건강을 위한 기능이 새롭게 추가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의 티타늄 소재의 에디션은 더 큰 화면과 러기드 디자인으로 운동선수 등의 피트니스 마니아층을 위한 애플 워치 프로로 새 단장할 것이라는 루머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