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물러가고 선선한 가을이 찾아오는 2022년 34주차의 외신 브리핑, 시작합니다!
테슬라, "완전 자율 주행" 가격 인상
테슬라가 "완전 자율 주행", 즉 FSD 옵션의 가격을 인상한다고 일론 머스크가 발표했습니다. 기존에는 옵션을 일괄 지불로 구매하려면 12,000달러(약 1,598만 원)이었지만, 여기서 25% 올라가서 15,000달러(1,997만 원)가 된다는 것입니다. 다만 월 199달러(약 265,000원)의 월 구독 가격도 오르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해당 인상은 9월 5일부터라고 합니다.
테슬라의 모든 차량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나 차선에 따라 자동으로 조향을 하는 등의 기본적인 반자율주행 기능인 오토파일럿이 기본으로 탑재되지만, FSD는 여기서 한 단계 더 강화된 기능을 제공합니다. 신호등을 인식해 자동으로 정지하거나 출발할 수 있는다던가, 내비게이션의 길안내에 따라 오토파일럿을 작동하는 기능 등이 포함됩니다.
FSD 옵션은 애초부터 다양한 이유로 인해 아직 준비되지 않은 기능을 미래에 제공하겠다는 약속으로 미리 옵션에 대한 가격을 치르는 방식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IT 제품을 구매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법칙 중 하나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대한 약속만 믿고 제품을 사지 마라"를 어기는 셈이겠죠. 2016년에 이 옵션이 공개됐을 때는 3,000달러(이 당시에는 오토파일럿 기능도 5,000달러짜리 옵션이었습니다)였지만, 이후에 오토파일럿이 기본 사양으로 바뀌면서 8,000달러로 인상되었고, 2021년에는 10,000달러, 그리고 올해 1월에 12,000달러로 인상됐습니다. 이번 인상은 올해에만 두 번째 인상이 되는 셈입니다.
이렇게 FSD 옵션의 가격이 인상되면서 테슬라 오너 중에서 이를 실제로 구매하는 비율 또한 계속 낮아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테슬라에 관한 통계 수치를 내놓는 트로이 테스라이크(Troy Teslike)에 따르면, 2019년 4분기에 46%에 달했던 FSD 채택률은 2021년 4분기 기준에는 7%까지 떨어진 상황입니다. 가격은 오르는데 비해 추가되는 기능이 지지부진이라는 점에서 나오는 어쩔 수 없는 결과가 아닌가 싶네요.
PS5, 가격 인상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 5(이하 PS5)의 가격 인상을 발표했습니다. 기준 환율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판매 가격은 고정한 채로 기타 지역의 가격을 올린 건데요. 소니에서는 물가상승률의 변화와 환율의 상당한 변동을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이 인상에는 당연히 한국도 포함됩니다. 원래 498,000원이었던 PS5 디지털 에디션은 558,000원으로, 원래 628,000원이었던 PS5 블루레이 에디션은 688,000원으로 각각 6만 원씩 오릅니다. 심지어 본국인 일본마저 가격이 5,000엔씩 올랐습니다. 가격 인상은 지역에 따라 명시되지 않은 한 바로 적용된다고 합니다.
올해 들어 작년부터 이어지는 반도체 부족 현상에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겹치면서 IT 제품들의 가격 상승이 여기저기서 이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쿠도캐스트 176회에서 다뤘듯이 테슬라는 올해만 무려 다섯 번이나 차량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아이오닉 5도 2023년형으로 바뀌면서 400만 원가량의 가격 인상을 했습니다. 삼성도 갤럭시 Z 플립 4를 출시하면서 작년의 Z 플립 3 대비 10만 원가량 가격을 올렸습니다. 애플도 M2 맥북 에어를 출시하면서 새로운 디자인 등을 이유로 들며 가격을 300달러가량 올렸죠. 곧 발표될 아이폰 14 프로도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입니다.
한편,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는 기다렸다는 듯이 낸 성명에서 엑스박스 시리즈 S와 X의 가격을 올릴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닌텐도 또한 사장인 후루카와 슌타로가 부품 원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인상할 생각이 없다고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습니다.
8년이 지났고, 미국 아이폰 사용자의 75%가 애플 페이를 설정해뒀다
올해 애플 페이가 서비스를 시작한 지 8년 차가 되었습니다. 애플 페이는 2014년 10월에 처음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는데요. 서비스 시작 당시에 미국에 살았어서 이런 글도 썼었군요.
무튼,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 애플 페이는 조금씩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애플 페이가 서비스를 시작하고 2년 뒤인 2016년에는 고작 10%, 2017년에는 20% 정도의 활성화 비율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그 이후 2020년에는 50%, 그리고 현재 약 75% 정도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활성화 비율이라는 것은 애플 페이를 설정하고 카드를 추가한 비율로, 정확한 사용률이라고 보기는 어렵기는 하지만 여전히 대단한 수치입니다.
이렇게 애플 페이가 조금씩 퍼지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딱히 큰 계기가 있다기보다는 애플의 인내심이 빛을 발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사실, 여전히 삼성 페이를 제외하면 비접촉 결제라고는 교통 카드 결제밖에 없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어이가 없긴 하지만, 미국은 유럽 등지에 비하면 비접촉 결제의 도입이 상당히 늦었던 국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애플 페이가 처음 도입됐을 때, 애플은 몇몇 리테일러와 전략적으로 파트너십을 맺어야 했습니다. 애플 페이를 사용하려면 NFC 기반 비접촉 결제를 지원하는 새로운 결제기가 필요한데, 이러한 파트너십 계약 없이 리테일러들이 새로운 결제기를 돈을 들여가서 도입할 리가 없으니까요. 당시에 참여했던 리테일러에는 맥도날드 등이 포함됐었습니다. 물론 이렇게 전략적 파트너십이 아니더라도, 비접촉 결제를 지원하는 결제기를 이미 도입한 곳이라면 애플 페이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위에 링크를 걸은 글에서 한인 마켓에서 결제에 성공한 것이 그 이유입니다.) 이렇게 반강제로 시작하더라도 결제기 도입은 시간이 걸리며, 애플은 성급하게 서비스를 없애거나 그러기보다 인내심을 갖고 비접촉 결제가 퍼지는 것을 기다린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애플이 애초부터 이 정도의 큰 그림을 그린 것은 아닙니다. 사실 애플 페이의 사용률이 올라간 건 애플이 예상한 것보다도 상당히 늦었던 것은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팀 쿡은 애플 페이가 도입되고 이듬해인 2015년에 "올해는 애플 페이의 해가 될 것이다"라고 선언했었고, 2016년에는 "(애플 페이가) 지폐를 없앨 것"이라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2018년에는 "모바일 결제 시장이 기대한 것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않았다"라고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을 보면 비접촉 결제는 확실히 조금씩 보편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형 카드사 중 하나인 비자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비접촉 결제는 전체 결제에서 약 20%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 수치는 꽤나 낮아 보일 수 있으나, 대도시 지역으로 가면 점유율이 25% 이상이며, 이 중 샌프란시스코를 포함하는 캘리포니아 주의 베이 지역이 30% 이상, 그리고 뉴욕 시 지역은 45%에 달한다고 합니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대도시 지역에 갈수록 사용률이 크게 늘어난 것이죠.
하지만 여전히 숙제는 남아 있습니다. 여전히 비접촉 결제를 지원하는 결제기를 사용하지 않는 곳들 때문인데요, 대표적으로 손님이 직접 계산대에서 결제하는 한국과 달리, 서빙 직원이 카드를 가져가서 결제를 따로 하는 식당이 있습니다. (사실 카드의 도용 가능성 등을 생각하면 참으로 위험한 방식인데 왜 저러는지는 미국에서 10년을 생활했음에도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애플 페이의 보편화에 따른 다양한 국가에서의 반독점법 위반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는 문제 또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큰 숙제는.... 한국에서 카드사들을 설득하는 게 아닐까 싶네요.
아동 성적 학대 사진을 보냈다며 구글 계정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 사람, 사실은..
뉴욕타임스에서 마크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기사로 다뤘습니다. 마크는 아동 성적 학대, 즉 CSAM에 해당되는 사진을 보냈다며 개인 구글 계정의 사용을 정지당했는데요. 이로 인해 마크는 이메일뿐만 아니라 지인 및 동료들의 연락처, 다양한 문서들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구글의 알뜰폰 사업인 구글 파이 계정도 정지당해서 사용하던 전화 요금제까지 끊겨버려서 번호까지 바꿔야 했습니다.
하지만 마크가 공유한 것은 CSAM 사진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자신의 아들의 사진이었습니다. 아직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1년 초에 마크는 아들의 성기가 부어오른 것을 발견하였고, 원격 진료를 요청하였습니다. 원격 의료 기관은 의사가 증상을 확인할 수 있도록 사진을 전송할 것을 부탁하였고, 마크의 아내는 마크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자세한 사진을 촬영한 후, 업로드하였습니다. 의사는 이 사진을 참조하여 항생제를 처방하였고, 아들은 다행히도 치료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서버에서 이 사진을 본 구글은 마크가 성범죄자라고 단정 짓고 계정을 정지시켜버린 것입니다.
구글이 마크의 계정을 정지시키면서 경찰에 신고했기 때문에 마크는 경찰 조사까지 받아야 했는데요. 사정을 들은 경찰은 당연히 마크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경찰의 무혐의 처분 소식을 듣고도 구글은 계정을 복구시키지 않기로 했다고 마크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습니다. 심지어 이를 보도한 뉴욕타임스가 구글에게 입장을 물었을 때도 "옳은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라며 마크의 계정을 복구할 생각이 없음을 거듭 밝혔습니다.
미국에서 CSAM은 매우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많은 IT 기업들이 자사 서버에 있는 콘텐츠들을 스캔하여 잠재적인 CSAM 콘텐츠를 찾는 기술을 개발하여 적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구글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이미 알려진 CSAM 콘텐츠뿐만 아니라 CSAM 콘텐츠의 잠재적인 가능성을 가진 콘텐츠를 판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으며, 애플은 iOS 15에서 기기 내에서 자체적으로 CSAM 콘텐츠를 판별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가 개인 정보 침해 논란을 겪고 철회해야 했습니다. (결국 1년이 지난 지금까지 해당 기능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CSAM 콘텐츠를 감지하기 위해 과도한 스캔을 하는 것은 역으로 개인 정보 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기도 한데요. 물론 인공지능이 CSAM 콘텐츠를 감지하면 바로 조치가 취해지는 것은 아니고, 실제 사람이 직접 확인을 하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진짜로 CSAM 콘텐츠가 아닌 한에는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결국 최종 결정이 인간에게 달렸던, 인공지능에게 달렸던, 실수나 오류는 벌어지고, 결국 이런 선량한 피해자가 나오는 일이 생기는 건 유감이라고 할 수밖에 없네요.
티모바일 x 스타링크의 "우주 셀룰러 네트워크"
미국의 통신사인 티모바일이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를 운영하는 스페이스X와 협업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공개했습니다.
"Coverage Above and Beyond"라는 이름의 이 결과물은 바로 스타링크 위성을 이용해 셀룰러 네트워크를 보조하는 기술인데요, 셀룰러 신호가 터지지 않는 지역에서 스타링크 위성의 신호를 받아 SMS와 MMS 통신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이후에는 음성 통화와 메신저 앱 등의 적은 데이터 전송도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기술의 장점이라면 바로 호환성인데요, 이미 티모바일이 서비스하고 있는 미드밴드 5G 주파수로 서비스하기 때문에 전용 모뎀을 장착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말은, 해당 주파수를 지원하는 5G 스마트폰이라면 모두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티모바일은 이 기능을 일반적인 요금제에 가입한 모든 티모바일 가입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기능 자체는 스페이스X가 해당 통신이 가능한 안테나를 탑재한 2세대 스타링크 위성을 쏘아 올린 후인 2023년 말쯤에 제공되기 시작할 예정입니다.
물론, 이 기술은 현재로서는 제한적입니다. 상술한 초반에는 SMS와 MMS로 제한한다는 것과 속도는 2~4 mbps로 제한된다는 점으로 미루어보아 일단 비상 통신용으로 기획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은 아직도 셀룰러 신호가 닿지 않는 곳이 존재하는데, (스페이스X에 따르면 미국의 20%라고 합니다. 이게 국토 기준인지, 인구 기준인지는 확실치 않지만요) 이런 지역에서의 최소한의 통신 기능을 제공하기 위한 기능인 셈입니다.
상술한 대로 미국의 셀룰러 신호 커버리지를 완벽히 하는 것이 다양한 이유로 어렵다 보니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이 연구되고 있는데요, 애플도 비슷한 방법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아이폰 13 출시를 앞두고 아이폰에 위성 신호 수신 기능을 탑재해 셀룰러 신호가 없더라도 비상 통신이 가능하도록 할 거라는 루머가 있었는데요, 9월 7일로 예정된 올해 아이폰 이벤트를 앞두고 이 루머가 또 등장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