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중순인데 왜 32도일까요... 무튼 37주차 외신 브리핑, 시작합니다!
아이폰 14 플러스, 예약판매 성적 처참?
9일부터 아이폰 14 라인업에 대한 예약판매가 미국, 중국, 일본 등의 1차 출시국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여기서 10월 2일에 출시되는 아이폰 14 플러스가 예약판매 성적이 처참하다고 궈밍치가 주장했습니다.
궈밍치는 1차 출시를 하는 주요 국가의 애플 스토어 재고 상황을 분석해 이렇게 주장했는데요, 이미 14 프로와 프로 맥스는 초기 물량이 품절되고 4-6주 분량의 백오더가 발생한 반면, 14와 14 플러스는 분석 당시 기준으로 출시일인 16일에 여전히 배달받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궈밍치는 이를 두고 "애플의 전략 실패"라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과연 그럴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트위터에 올렸던 것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 예약판매에는 전통적으로 프로가 강세였다. (예약판매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보통 얼리 어답터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
- 어차피 "일반인들"은 예약판매보다는 이미 폰이 꽤 풀리고 난 이후에 자기 페이스에 따라 구매하는 편이다. (예: 연말 시즌에 선물을 받는다던가, 아니면 지금 쓰던 폰이 망가졌거나 등의 이유로 업그레이드)
- 12 미니나 13 미니는 "일반인들"을 목표로 삼았다기보다는, 작은 폰 마니아들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이 마니아들의 수가 애플의 예상보다도 적었다. → 그래서 14 라인업에서 제외.
- 작은 폰 마니아들은 "일반인들"이라 보긴 힘들다. 즉, 미니 구매자들은 예약판매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 하지만 14 플러스는 정말 큰 화면 좋아하고, 프로 맥스만큼 돈을 낼 의사가 없는 "일반인들"을 목표로 만들었다. 근데 위의 여러 가지 포인트를 봤을 때 "일반인들"이 굳이 예약을 할까?
- 결국 예약 통계에서 미니보다 덜 나왔다고 해서 14 플러스가 전략 실패라고 넘겨짚을 게 아니라 14 플러스가 정말 성적이 어떤지는 4분기 넘어가 봐야 알지 않을까....?
제가 굳이 이 소식을 공유하는 것은 딱히 트위터에서 "미니 없애더니 꼴좋다"라는 트윗을 봐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구글, 픽셀북 팀 해체
구글이 인력 효율화의 일환으로 픽셀북을 개발하던 팀을 해체했다는 소식을 더 버지에서 전했습니다. 당장 몇 달 전에 구글의 하드웨어 개발을 담당하는 릭 오스텔로 Rick Osteloh가 픽셀북을 계속 만들 생각이 있음을 밝힌 지 고작 4개월 만입니다.
픽셀북은 구글의 고급 크롬북 라인으로, 넥서스나 픽셀 스마트폰이 그랬던 것처럼 OEM들에게 크롬 OS를 탑재한 크롬북의 레퍼런스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개발되어 판매됐습니다. 그 시작은 2013년에 나온 크롬북 픽셀부터 시작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때부터 이미 "픽셀"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었죠. 예전에 저도 구글의 개발 콘퍼런스인 구글 I/O에 참석해 사은품으로 증정받은 지인의 크롬북 픽셀을 잠깐 써본 기억이 있네요.
그 이후로 2017년에 구글이 "픽셀북"을 처음으로 출시했습니다. 크롬북 픽셀과 비슷하게 $999라는 크롬북치고는 상당히 비싼 가격으로 출시되었고, 그 덕분인지 크롬북에게는 과분하다 할 수 있는 사양과 하드웨어 기능들이 탑재됐었습니다. 또한, 이때부터 구글은 크롬 OS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는데요. 상황에 따라 태블릿으로 바꿀 수도 있고, 안드로이드폰과의 연동성 기능을 지원하며, 안드로이드 앱을 구동하는 기능을 지원하기 시작하는 등 맥북 에어나 아이패드에 대항할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이었습니다. 물론 그 결과는...
2019년에는 좀 더 전통적인 크롬북을 만들었는데요, 바로 픽셀북 고입니다. 픽셀북보다는 가격이 쌌지만 $650이라는 가격은 여전히 크롬북치고는 비쌌습니다. 비록 크롬북 자체는 2020년 코로나19 판데믹의 시작 후 원격 수업 수요가 늘어나면서 판매량에서 큰 수혜를 입었었으나, (한때는 맥의 판매량을 추월하기도 했었습니다) 락다운이 조금씩 해체되면서 가장 많은 판매량 하락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구글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비싼 크롬북을 내놓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판단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크롬북 픽셀이나 픽셀북 모두 물론 크롬북의 레퍼런스의 이유도 있지만, 크롬북도 고급화 전략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만든 제품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전략은 크롬북을 그저 "학교용"으로만 봤던 소비자층에 의해 철저히 외면당했고, 그동안 다른 크롬북 제조업체들도 분발을 하면서 픽셀북이 설 만한 자리는 조금씩 없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죠. 거기에 올해 경기침체가 특히 IT 기업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면서 구글에게도 인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분배해야 했고, 돈이 안 되는 픽셀북 사업을 굳이 계속할 필요를 못 느꼈을 것입니다.
물론 구글이 틈만 나면 서비스도 종료하고, 하드웨어도 취소하는 "명성"을 쌓아 온 곳이기는 하지만, 최소한 이 상황의 경우에는 나름의 속사정도 있는 셈입니다.
트위터, 캘리포니아의 폭염 때문에 데이터 센터가 맛이 갔다
쿠도캐스트 178회에서 다뤘던 트위터 내부고발자인 피터 젯코의 이야기, 기억나시나요? 그 이야기에서 젯코가 짤막하게나마 얘기했던 내용 중 하나가 바로 트위터의 서버들의 구조가 하나만 오프라인이 되어도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이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트위터에서 내부적으로 공유된 문건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 새크라멘토에 있는 트위터 데이터 센터가 최근 캘리포니아의 기록적인 폭염 때문에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심지어 새크라멘토의 데이터 센터는 유사시 다른 데이터 센터가 이곳을 대신하여 구동할 수도 없다는데요. 다행히도 아직 아틀란타와 포틀랜드에 있는 데이터 센터들이 정상 작동 중이기에 지금으로서는 큰 문제가 없지만, 이 둘 중 하나만 꺼져도 트위터의 정상적인 서비스가 어려운 지경이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보통 데이터 센터는 거대한 창고에 수많은 컴퓨터를 넣어놓고 돌리는 구조이기 때문에 냉각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냉각의 용이성을 고려해 일부 데이터 센터는 아예 추운 지방에 짓기도 하는데, 대표적으로 구글은 핀란드에서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메타도 스웨덴에서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둘 다 추운 북유럽 지방이죠.
무튼, 이에 따라 트위터에서는 당분간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부분을 제외한 모든 제품 업데이트를 중단할 것을 개발자들에게 지시했다고 합니다.
EVGA, 그래픽 카드에서 손 뗀다
엔비디아의 대표적인 보드 파트너(엔비디아가 제공하는 GPU 코어로 그래픽 카드 완제품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곳)였던 EVGA가 더 이상 새로운 엔비디아 GPU 코어 기반의 그래픽 카드를 만들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에 대해서는 지원을 계속한다고 하지만, 현재 남은 그래픽 카드 잔여 재고를 판매 혹은 보증 기간 내 교환 등으로 모두 소진하고 나면 더 이상 그래픽 카드를 제작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또한, AMD나 최근 데스크톱 그래픽 카드 시장에 뛰어든 인텔과 손을 잡을 생각도 없다고 합니다.
유튜버 Gamers Nexus와 JayzTwoCents의 보도에 의하면, 원인은 간단히 말해 "엔비디아의 갑질"에 있었습니다. 일례로, 엔비디아는 새로운 그래픽 카드의 공식 공개 직전까지 GPU 코어의 공급가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얼마에 판매해야 할지 결정하는 과정을 매우 어렵게 했으며, GPU 드라이버의 최종 버전을 저널리스트들보다도 늦게 받았고, 엔비디아가 직접 내놓은 파운더스 에디션과의 경쟁하기 위해 그래픽 카드 한 장당 수백 달러의 손해를 보면서 팔기도 했다고 합니다.
엔비디아는 더 버지의 질의에 "EVGA와의 좋은 파트너십을 유지해왔으며, 현세대 제품들에 대한 지원을 계속 제공할 예정"이라며 "앤드류 한(EVGA CEO)과 EVGA 팀에게 앞으로도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빈다"라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어도비, 피그마 인수
어도비가 웹 기반의 협업형 디자인 도구인 피그마를 인수한다고 15일(현지 시각) 발표했습니다. 인수 가격은 약 200억 달러(약 277조 원)로, 당일 아침에 인수에 대한 루머가 나오자 바로 보도자료를 내보내고 이를 공식화했습니다.
피그마는 상술했듯이 협업형 디자인 도구로, 다양한 기업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가 피그마의 큰 고객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오피스나 윈도우 등 마이크로소프트의 대표적 소프트웨어 제품들이 피그마를 이용해 디자인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때 마이크로스프트의 이런 피그마 사랑이 XD라는 경쟁 제품을 가지고 있는 어도비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된 적도 있다고 할 정도입니다.
상술한 대로 어도비가 사실상 경쟁 제품을 돈으로 산 것이기 때문에 여러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피그마까지 크리에이티브 스위트 구독 산하로 넣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가장 큰데요. 일단 어도비에 따르면 당분간 피그마의 경영에 크게 간섭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창업자이자 CEO인 딜런 필드 Dylan Field도 피그마를 떠나지 않고 계속 CEO로 남아 있을 예정이며, 피그마는 여태까지 운영된 대로 그대로 운영될 거라며 내부 직원과 이용자들 모두를 안심을 시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만, 요즘 미국 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조가 독점의 싹만 보여도 뽑아버리려고 하는 상황(대표적으로 메타가 가상현실 운동 앱인 슈퍼휴먼의 개발사인 위드인을 인수하려 하자 반독점 위반 소송을 낸 것을 들 수 있습니다.)인지라 피그마의 이런 인수가 그들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는 미지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