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 밤에 빗소리를 들으며 마무리하는 주간 외신 브리핑 39주차, 이번 주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AI, 은퇴하는 배우들을 대체하나?
이번주에만 인공지능이 은퇴하는 배우들을 대체한다는 내용의 소식들이 나와 흥미로워서 공유를 해봅니다.
첫 번째는 비록 본인이 부인하기는 했지만, 브루스 윌리스의 소식입니다. "다이 하드" 시리즈로 유명한 윌리스는 올해 실어증으로 인해 더 이상의 연기가 불가능해지면서 은퇴를 발표한 상황인데요. 여기에 윌리스가 딥케이크 Deepcake라 불리는 딥페이크 전문 제작 회사에 자신의 생김새에 대한 판권을 팔았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 판권을 통해 딥케이크는 브루스 윌리스의 "디지털 쌍둥이"를 제작해 다양한 프로젝트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은퇴한 배우가 자신의 얼굴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파는 것은 사상 최초라 큰 관심을 받았었는데요.
다만 윌리스와 딥케이크 모두 해당 보도를 부인했는데요, 2021년에 러시아 통신사의 한 광고 캠페인을 위해 딥케이크가 윌리스의 모습을 본떠서 "디지털 쌍둥이"를 제작한 것은 사실이나, 딥케이크가 그 애셋을 다시 사용하려면 여전히 윌리스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두 번째 배우는 바로 제임스 얼 존스입니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빌런 다스 베이더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존스는 올해로 벌써 91세의 고령으로, 더 이상 전성기 시절의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당장 2016년에 개봉했던 "로그 원"만 보아도 존스의 목소리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었죠.
이에 따라 존스가 베이더의 목소리 연기에서 은퇴하면서, 자신의 예전 목소리 연기가 담긴 기록들을 미래 프로젝트에 활용할 수 있다는 허가를 디즈니에게 내어주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기록들을 통해 기계 학습 세트를 만들어 새로운 스타워즈 매체에서 존스의 베이더의 목소리를 인공지능이 대신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이미 올여름에 공개된 디즈니+ 드라마인 "오비완 케노비"에서 실제로 이 기술을 활용해 전성기의 존스가 연기한 베이더의 목소리를 인공지능으로 구현해냈다고 합니다. 해당 기술은 우크라이나의 회사 리스피처 Respeecher의 기술로, 이미 "만달로리안" 시즌 2와 "북 오브 보바 펫"에서 등장한 젊은 시절의 루크 스카이워커(마크 해밀)의 목소리를 내는데 쓰였습니다.
비록 존스가 직접 베이더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여전히 리스피처가 제작한 목소리 연기를 듣고 피드백을 남겼다고 합니다. "오비완 케노비"의 사운드 디자이너에 따르면, "자애로운 대부" 같았다고 하네요.
호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킹이 벌어지다
호주의 통신사인 옵투스에서 해킹 사건이 발생해 고객 데이터를 유출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옵투스에 따르면, 고객들의 이름과 생일,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등이 유출됐으며, 일부 고객들은 여기에 추가로 거주 주소나 면허증 번호나 여권 번호와 같은 더 민감한 정보도 유출된 상황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옵투스는 결제 정보나 계정 비밀번호 등은 유출되지 않았으며, 서비스도 정상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옵투스는 정확히 얼마나 많은 고객들이 영향을 받았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지만, 옵투스의 가입자는 약 980만 명 정도로, 잠재적으로 꽤나 큰 규모의 사이버 공격인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정확한 침입 경로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관련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 셋업한 다중 인증과 관련된 API의 보안 허점을 이용한 것으로 추측만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미 해커들은 고객 데이터를 15만 달러(약 1억 4천만 원)에 팔려고 하고 있으며, 만약에 유출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100만 달러(약 9억 2천만 원) 상당의 모네로 암호화폐를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편, 이 사건에 대한 대책으로 새로운 법의 입법이 예고된 상황인데요, 비슷한 사이버 공격을 받을 경우, 은행에게 고객 정보를 공유해 고객 명의로 일어나는 사기를 방지하는 법이라고 합니다.
구글 스타디아, 1월에 서비스 종료
구글이 지난번 픽셀북을 접은 것에 이어 이번에는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인 스타디아를 접습니다.
구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스타디아는 내년 1월 13일에 서비스를 종료하며, 사용자들이 이때까지 스타디아 플랫폼으로 샀던 게임들과 스타디아를 플레이하는데 필요했던 하드웨어는 모두 환불됩니다. (구독제에 게임들이 제공되는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이밍과 달리, 스타디아는 구독과 별개로 게임을 구매해야 하는 구조였습니다.) 또한, 스타디아에 일했던 팀은 해산하고 새로운 팀으로 배정받게 된다고 합니다. 구글 측에서는 스타디아를 위해 만든 기술들이 유튜브나 구글 플레이 등 구글의 다른 제품들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밝혔지만, 구글이 스타디아의 게임 스트리밍 기술을 다른 게임 퍼블리셔들에게 라이선스로 제공할 것이라는 예측은 빗나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구글이 제품을 접는 건 일종의 밈이 되긴 했지만, 그중에서도 스타디아는 시작부터 불안한 게 많았을 정도로 기구한(?) 운명을 타고났습니다. 구글의 제품화 전략 쪽에서 이게 과연 장기적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 많았기 때문이죠. 거기에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를 탄생시켰던 스타 프로듀서인 제이드 래이몬드 Jade Raymond를 데리고 와 스타디아 독점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차렸던 게임 스튜디오도 작년에 문을 닫았고, 스타디아로 나오는 게임들도 계속해서 감소세였던 것도 불안감을 부추겼습니다. 그 때마다 구글은 이를 부인해왔지만, 결국 이렇게 그 저주(?)를 벗어나지는 못했네요.
그런데 이 상황에서 예상외의 피해자들이 있으니, 바로 스타디아를 위한 게임들을 준비하던 개발사들입니다. 트위터를 통해 들어온 다양한 증언들에 따르면, 이들은 구글에게 스타디아의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어떠한 언질도 못 들은 채 계속해서 게임을 개발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개발자는 당장 11월에 스타디아로 나올 예정이었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이런 상황이니 누가 구글을 믿냐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아마존, 스타일러스로 쓸 수도 있는 킨들 발표
이번 주에는 아마존의 연례 하드웨어 발표 행사가 있었는데요, 여기서 흥미로운 소식들 몇 가지를 가져와 봤습니다.
첫 번째는 새로운 킨들 이북리더기의 발표입니다. 오아시스의 상위 기종인 킨들 스크라이브 Kindle Scribe라는 제품인데요. 오아시스보다도 큰 10.2인치 전자종이 디스플레이를 채택하고 있으며, 300ppi라는 킨들 중에서는 가장 높은 픽셀 밀도를 자랑합니다.
하지만 이 킨들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이름에서도 찾을 수 있는 "쓰는" 기능인데요, 사상 처음으로 스타일러스를 탑재해 글씨를 쓸 수 있습니다. 이를 활용해 책에 친필 메모를 써서 이를 동기화하거나, 밑줄을 그어 원하는 문구를 하이라이트 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PDF 파일에도 마크업이 가능하며, 그 외에도 스타일러스를 사용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계속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심지어 워드에서 문서를 킨들 스크라이브로 보내는 기능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얼마나 이 기능이 유용할지는 전자종이의 약점으로 지적받는 화면 자체의 반응 속도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킨들 스크라이브는 연말 연휴 시즌에 출시될 예정이고, 가격은 340달러(약 49만 원)입니다.
BMW, 새로운 음성 비서를 알렉사 기반으로 제작한다
이 아마존 이벤트에서 제 관심을 끌었던 두 번째 소식은 바로 알렉사에 관련된 소식입니다. 아마존은 2021년부터 알렉사의 음성 인식 기술을 차량이나 다른 하드웨어 제조사가 알렉사의 음성 인식 기술의 라이선스를 취득하여 사용할 수 있는 "알렉사 커스텀 어시스턴트" 프로그램을 론칭했는데요. BMW가 이를 사용하여 차세대 음성 비서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소식입니다.
BMW는 이미 2018년에 선보인 BMW OS 7부터 음성 비서 기능을 탑재했는데요, 내비게이션의 목적지 입력이나, 공조장치나 창문 등의 하드웨어 동작 기능 등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 기능의 음성 기술 기반을 알렉사 기반으로 바꾼다는 얘기인 것으로 보입니다. 알렉사 커스텀 어시스턴트는 사용하는 제조사 측에서 작동 단어나 이런 것을 직접 설정할 수 있으므로, "안녕, BMW"와 같은 작동 문구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BMW는 "향후 2년 이내"에 이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음성 비서를 선보이겠다고 했는데요, BMW가 새로운 차량 OS를 3년 주기로 선보이는 것을 감안할 때, 작년에 선보인 OS 8의 후속인 9에서 선보일 것으로 추측됩니다. 여기서 관건인 것은 알렉사가 아직 공식적으로는 지원하지 않는 한국어 지원이 어떻게 되냐는 부분이겠네요. (현재 버전의 BMW 어시스턴트는 한국어를 지원합니다.)